경제 구조조정이 낳은 700만 소상공인
무한경쟁 이어 코로나 방역에 무한희생
비과학적 방역 풀고 자영업자 살려내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국일보>
이번엔 전남 무안의 40대 가장이었다. 자영업자의 비극은 추석 연휴도 가리지 않았다. 19일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모씨는 사업 실패로 파산 신청 후 3개월째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앞서 서울 마포의 50대 호프집 여사장은 자신의 원룸을 빼 직원 월급을 지급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전남 여수의 치킨집, 강원 원주의 주점 사장도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자영업자비대위는 코로나19 이후 이런 이가 최소 22명이라고 주장했다.
사라지는 자영업자들은 우리의 삼촌이고 이모이다. 자영업자 수는 555만 명이지만 무급 가족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660만 명이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으로 봐도 20%다. 우리보다 내수 시장이 큰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은 10% 안팎이다.
자영업자가 기형적으로 많은 건 수출 대기업 위주의 산업화에 총력을 기울여온 한국 경제의 그림자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선 구조조정이란 미명 아래 사람들을 계속 자를 수밖에 없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 쫓겨난 이들이 먹고살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퇴직금 등으로 가게를 여는 일뿐이었다. 아무도 자신을 고용하지 않자 스스로 사장이 돼 자신을 고용한 셈이다. 최근엔 취업이 어려운 청년층도 창업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너도나도 식당을 차리고 건물마다 치킨집과 커피점이 들어서며 영세 상인들은 무한경쟁의 늪에 빠졌다. 출혈이 심해지면 아르바이트생도 해고하고 나홀로 사장 겸 직원이 된다.
코로나19는 이처럼 한계 상황인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 매출은 반토막, 다시 쥐꼬리가 됐다. 영업금지에 방점을 둔 방역은 유독 자영업자에게 가혹했다. 하루 1,000여 곳이 망한다고 한다. 사실 폐업도 어렵다. 권리금이 날아간다. 손님이 없어도 가게 문을 열 수밖에 없다. 월세와 공과금, 관리비는 내야 하니 빚은 계속 불어난다. 자영업자 대출은 832조 원까지 늘었다. 가게 문을 닫을 수 없는 자영업자들은 결국 삶의 문을 닫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직격탄에 코로나19로 영업제한 결정타까지 맞은 최대 피해자인데도 정치 세력화가 되지 못한 탓에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연합회는 걸그룹 술판 파문 후 내홍과 분란에 최근에야 새 회장을 선임했다. 정치권도 자영업자보단 재벌이나 노조가 있는 귀족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데 바빴다.
나라에서 전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장사를 못하게 했다면 정당한 피해 보상을 해주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보상은 지지부진했고 지원 규모도 선진국의 절반에 그쳤다. 소득 하위 88%까지 국민지원금을 뿌릴 게 아니라 이들을 살리는 게 더 급한 일이었다.
납득이 안 되는 방역 기준을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 짜는 것도 필요하다. 자영업자들은 오후 6시를 기준으로 6명 인원 제한이 백신접종 완료자 2명에서 4명으로 바뀌는 이유가 궁금하다. ‘묻지마 방역’ ‘내맘대로 기준’ 대신 실증을 토대로 한 ‘위드 코로나’ 방역으로 전환하는 게 더 이상의 눈물을 멈추게 할 첫걸음이다.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영업자들의 총량과 비중도 줄여 가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등에 맞춰 새 먹거리를 만들어 자영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카드 수수료 인하나 대출 상환 유예 등은 근본책이 될 수 없다.
이번 추석 연휴엔 문을 연 가게가 많았다. 한 푼이 아쉽고 절박한 자영업자들은 쉴 수 없었다. 그럼에도 한 통닭집 주인은 폐업을 하면서 마지막 수익은 위기 가구를 돕는 데 써 달라며 기부했다. 힘없고 선량한 자영업자들의 “살려주세요”라는 마지막 비명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이들을 살리고 더불어 사는 게 한가위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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