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왜 '웰컴 제너레이션'이라고 했을까
"웰컴 제너레이션(Welcome Generation)."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래 세대와 문화를 위한 특사 자격으로 추석 연휴 미국 유엔 총회 연단에 올라 쏘아 올린 화두다. 방탄소년단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의장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특별행사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SDG 모멘트)' 개회세션에서 요즘 10~20대에 대해 "변화에 겁먹기보단 '웰컴' 즉 반갑게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 나가는 세대"라고 역설했다. 그리고 기성세대가 청년을 팬데믹(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길을 잃은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이라 부르는 것에 반대했다. 입학식과 졸업식 취소, 잃어버린 대학 캠퍼스 생활 그리고 더 좁아진 취업문. 2년째 지속된 코로나19로 그 어떤 세대보다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여겨졌던 10~20대에 "웰컴"이란 장밋빛 수사라니.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대변인으로 통하는 방탄소년단은 왜 청년을 웰컴 제너레이션이라고 호명했을까.
450여만 건의 '오늘의 청춘' 이야기 확인해보니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어와 영어로 "친애하는 젊은 세대에게. 여러분에게 지난 2년은 어땠고, 현재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있나요?"란 질문을 던졌다. Z세대의 세상을 글 혹은 이미지로 보여달라는 요청에 한국뿐 아니라 미국, 독일, 스리랑카 등 여러 나라에서 '유스 투데이, 유어 스토리즈'란 해시태그를 달고 관련 트윗들이 쏟아졌다.
"난 상업 광고 디지털 이미지 작가다. 2019년 1인 회사를 차렸는데 팬데믹으로 수입과 작업량이 뚝 끊겼다. 최근까지 정말 우울했는데, 이 역경을 통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사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됐다." "이상만 좇던 내게 일상이 생겼다. 2년의 시간이 앞으로의 나를 어디로 데려가 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도 난 독서를 하고, 운동하고, 작업실에 간다." 22일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이런 내용의 청년 이야기 트윗은 21일까지 450여만 건이 올라왔다.
빅히트뮤직은 이렇게 들어온 글과 이미지 등을 정리했다. 내용을 보니 지금을 살아가자란 뜻의 '렛츠 리브 온',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의미의 '스트롱 댄 에버', 전환점 그리고 새로운 도전이란 뜻의 '뉴 챌린지' 등의 키워드가 주를 이뤘다. 방탄소년단과 소속사는 이 공통된 키워드를 중심으로 유엔 연설문의 이야기를 꾸렸다. RM이 "어른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길을 잃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라며 묻고, 지민이 "길을 잃었다기보다는 새롭게 용기 내고, 도전 중인 모습으로 보여진다"며 10~20대를 웰컴 제너레이션이라고 불러 달라고 말한 배경이다. 팬데믹 속 새로운 시작은 그간 방탄소년단이 노래 '다이너마이트'와 '퍼미션 투 댄스' 등을 통해 꾸준히 보여준 세계관과도 부합한다.
"상실세대가 위로? 20세기적 사고"
김헌식 카이스트 미래세대행복위원회 위원은 "젊은 세대를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라고 하는 건 기성세대가 청년을 위로해 주는 것 같지만 그건 20세기의 낡은 방식"이라고 했다.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라고 운운하는 것이 되레 기성세대의 정치적 언어라는 얘기다. 김 위원은 "청년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능동적 주체"라며 "방탄소년단의 웰컴 제너레이션은 현실의 어려움을 딛고 희망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어떤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목적이 아닌 청년 자신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외신도 방탄소년단의 행보에 주목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방탄소년단이 유엔에서도 중심에 섰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방탄소년단의 연설은 이날 가장 뜨거운 이벤트였다"고 각각 평했다. 빅히트뮤직 관계자는 본보에 "방탄소년단이 대한민국 대통령 특사이기도 하고, 미래세대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모국어로 연설을 했다"고 밝혔다. 유엔에서 총 세 번 연설한 방탄소년단이 일곱 멤버 모두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메시지를 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적·세대 초월 '인력 개발' 품앗이 등장
방탄소년단이 유엔에서 "웰컴 제너레이션"을 외친 뒤 아미(방탄소년단 팬을 일컫는 말)들은 벌써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천을 진행 중이다. 자발적 재능 기부다. Z세대를 더 강한 웰컴 제너레이션으로 만들기 위한 국적·세대 초월 '인력 개발' 품앗이 움직임이다. 온라인엔 '웰컴 제너레이션'이란 해시태그를 달고 "초등 교육을 위한 조언이 필요한 사람은 언제든 연락달라"(@sternfrl) "(인도)델리 대학 진학에 대한 조언이 필요하면, 도움을 줄 수 있다"(@inbibillyhills), "철학과 영화학 관련 향후 경력 개발이나 논문 지도가 필요하면 조언 가능하다"(@JeeLee06767883) 등의 제안이 잇따라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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