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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낙연의 '수박 논쟁'... '일베' 글 전수조사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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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낙연의 '수박 논쟁'... '일베' 글 전수조사 해보니

입력
2021.09.23 07:00
수정
2021.09.23 09: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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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측 ''이재명 쓴 '수박'은 호남 비하 용어"
이재명 측 "무리수... 호남 표심 그리 급한가"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광주 남구 미혼모 시설을 방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광주 남구 미혼모 시설을 방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박'을 놓고 맞붙었다.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반박하면서 당내 인사들을 "수박 기득권자"로 불렀는데, 이 전 대표 측이 "수박은 호남을 비하하는 일베 용어"라고 발끈한 것.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 대첩(25, 26일)을 앞두고 양측 신경전이 절절 끓고 있다는 뜻이다.

'수박 논쟁'은 이 지사가 촉발했다. "(제가 2015년 경기 성남시장 시절)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공영개발을 저지하려고 했다"고 21일 페이스북에 쓰면서 "공영개발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고 덧붙였다. 공영개발을 지키기 위해 당 안팎의 저항과 싸워야 했다는 맥락이었다.

이 전 대표 측은 '수박'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의 신체 부위를 빗댄 '일베'의 저질 은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 대선캠프의 이병훈 대변인은 22일 "'수박'은 '홍어'에 이어 일베가 쓰던 (호남 비하) 용어"라며 "5·18 희생 영령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표리부동의 의미로 수박이라고 썼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고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이고, 문맥으로도 알 수 있다. 그렇게까지 호남 비하로 해석해 공격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호남 표를 얻기 위한 이 전 대표 측의 무리수로 몰아간 것이다.

'수박'은 일베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는 아니다. 한국일보가 22일 최근 한 달간 게재된 일베 게시물을 전수조사 해보니, '수박'을 호남 비하 맥락에서 사용한 글은 찾을 수 없었다. 광주 특산물인 무등산 수박이 너무 비싸다며 호남 지역을 싸잡아 비난하는 게시물은 있지만, 많지 않았다.

'수박'은 최근 강성 친문재인 지지자들이 '변절자'의 뜻으로 사용하는 용어다. 겉으로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실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인사들을 빗댄 표현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상징색이 각각 파랑과 빨강이다. 4·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반성문을 쓴 민주당 초선 의원 5명을 강성 친문계가 "수박 의원"이라고 조롱한 것이 대표적이다.

'수박'이 일베 용어든 아니든, 유력 대선주자인 이 지사가 공개적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품격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지사는 지난 7월 TV 토론에서 '여배우 스캔들'을 반박하면서 "바지 내릴까요"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우리 당 강성 지지자들이 야당과 협치하는 의원들을 향해 문자 폭탄을 보낼 때 쓰는 말이 수박"이라고 씁쓸해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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