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검찰 수사 의뢰하며 즉각 정면 돌파?
②'내가 아닌 당신들이 악' 프레임 전환
③"내부 총질 할 때냐"... 당내 견제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의혹이 대선 정국을 연일 흔들고 있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에, 윤 전 총장은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에 휩싸여 난타당하는 중이다. 두 사람이 형성한 ‘양강 구도’를 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이슈들이다.
대형 위기를 만난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대처 방식이 묘하게 닮았다는 분석이 많다. ①‘문제 될 게 없다’며 정면 돌파에 나섰고 ②의혹을 제기한 상대 진영이 악(惡)이라는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으며 ③같은 진영의 경쟁자에게 ‘내부 총질’ 이미지를 덧씌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점이 판박이다.
①‘수사’ 의뢰하며 정면 돌파 “사실 아니면 다 물러나라”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은 주저 없이 정면 돌파를 택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발 사주 의혹을 ‘정치 공작’이라고 규정하며, “제가 그렇게 무섭습니까” “저 하나 공작으로 제거하면 정권 창출이 그냥 됩니까” 같은 직설적 발언을 쏟아냈다. 이 지사 역시 19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TV 토론에서 “1원이라도 이득을 봤다면 후보 사퇴하고, 공직에서 다 사퇴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두 사람 모두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판돈’을 키우기도 했다. 이 지사는 “수사 결과 어떤 의혹도 발견되지 않으면 문제를 제기한 모든 주체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고, 윤 전 총장은 “무관함이 밝혀지면 책임을 운운한 정치인은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22일 “두 사람 모두 걸어온 싸움에는 정면으로 응수한다는 ‘싸움닭’ 기질이 있다”고 했다.
②프레임 전환… 고발 사주→제보 사주, 이재명 게이트→토건 비리
정면 돌파 과정에서 두 후보 모두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며 역공의 발판을 마련한 것도 공통점이다. 윤 전 총장 측은 고발 사주 의혹의 공익신고자인 조성은씨를 적극 활용했다. 조씨가 뉴스버스에 의혹을 제보한 이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만난 사실이 드러나자 '국정원이 개입한 정치 공작'이라는 연기를 피웠다.
이 지사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 ‘화천대유’에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이 근무하고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가 고문으로 재직한 사실로 되치기를 시도했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의 핵심은 토건 비리족과 국민의힘이 합작한 ‘토건 게이트’”라고 했다. ‘이재명 게이트’에서 ‘야당 연루 토건 비리’로 국면 전환을 꾀한 것이다.
③“내부 총질이라니"... 윤석열은 홍준표, 이재명은 이낙연 ‘견제’
두 사람의 또 다른 전략은 ‘내부 총질’ 프레임을 통한 경쟁자 견제다. 윤 전 총장은 11일 “아무리 경쟁한다고 해도, 어떻게 저쪽(여권)에서 총을 한 방 날리니까 바로 올라타 가지고 그렇게 합니까”라고 토로했다. “대국민 사과를 하라”며 파상공세를 펼치던 홍준표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이 지사는 21일 “대장동 의혹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한 이 전 대표를 향해 “보수 언론과 보수 야당의 음해적 정치공세에 편승하지 말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어느 당 소속이냐”(민형배 전략본부장) “야당 대변인인가”(현근택 대변인) 등 이 지사 대선캠프도 총공세에 나섰다.
‘판돈’ 키우다 역풍 맞을라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이 같은 전략이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7, 1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4.4%포인트 오른 28.8%를 기록했다. 고발 사주 의혹의 여파가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지사 지지율 추이는 추석 연휴 직후 실시되는 조사에서 확인될 것이다.
다만 두 사람이 절대 결백을 주장하며 '판'을 키운 만큼,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수사나 언론 보도를 통해 의혹을 뒷받침할 팩트가 확인돼 '거짓말 논란'까지 추가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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