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반납 시스템 한계... 노후·분실·고장 유지비 급증
효율·편의성 앞세워 틈새 파고드는 민간 ‘공유자전거’?
“더 이상 못 하겠다”... 1년 사이 11개 공공자전거 철수
따릉이, 타슈, 타랑께, 누비자, 페달로, 어울링, 그린씽, 온누리, 별타고...
지자체마다 특색 있는 이름을 내세워 도입한 공공자전거가 ‘구조조정’ 위기에 놓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기가 오르나 싶었지만, 갈수록 불어나는 적자와 공유자전거와 킥보드를 내세운 민간업체들이 개인형 이동수단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존립이 위태롭다.
23일 각 지자체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공공자전거를 운영 중인 지자체는 68곳으로 전년 대비 11곳이 감소했다. 올 5월에도 경기 고양시가 서비스 개시 13년 만에 공공자전거 ‘피프틴’을 접은 데 이어 안산시도 공공자전거 ‘페달로’ 서비스를 올 연말까지만 유지하기로 했다.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받는 자전거의 수송 부담률을 끌어올려 교통혼잡을 줄이고 도시의 친환경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사업이었지만, 이 같은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효율성이 떨어진 탓이다.
공공자전거 접는 지자체들
안산시 관계자는 “매년 10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페달로를 서비스 중”이라며 “그러나 이용자 수가 미미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국 공공자전거 1대당 평균 대여건수는 하루 1.6회에 그친다. 통상 1회 이용시간이 1, 2시간으로 제한되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20시간 이상은 그냥 세워져 있는 셈이다.
국내 공공자전거 1호인 경남 창원시의 ‘누비자’도 마찬가지. 누비자는 도입 초기인 2008년 대여ㆍ반납용 터미널 20개소에 430대의 자전거로 시작해 현재 터미널 284개소, 자전거는 3,900대로 10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대여 건수는 2013년 최고치(658만 건)를 기록한 뒤 꾸준히 감소했다. 지난해엔 427만 건으로 떨어졌다.
공공자전거가 시민들의 외면을 받는 데에는 불편한 대여 시스템이 한몫한다. 누비자 등 대부분의 공공자전거가 정해진 장소에서만 대여와 반납이 가능하고, 특정 장소에 편중된 자전거를 트럭으로 재배치하는 데 드는 비용도 커지면서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누비자 재배치에 드는 비용은 일평균 600만 원, 연 20억 원이 넘는다. 전체 운영비(56억 원) 3분의 1 이상을 자전거 ‘재배치’에 쓰고 있는 셈이다.
민간업체들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공유자전거와 공유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도 공공자전거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카카오T바이크는 서울과 부산, 대구, 울산, 광주 등 전국 9개 지자체에 6,500대의 공유자전거를 운행 중이다. 광주시 공공자전거 ‘타랑께’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도입 이후 꾸준히 상승하던 이용횟수는 올 5월 2,938건을 기록한 뒤 7월 1,861건으로 줄었다. 카카오T바이크는 5월에 광주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민간 공유자전거에 ‘백기 투항’
이용료만 비교하면 90분 기준 타랑께는 1,000원, 카카오T바이크는 9,000원. 비싼 이용료에도 공유자전거가 점유율을 높여가는 배경엔 높은 편의성이 있다. 한 공유자전거 이용자는 “이용 시간이 10분(이용료 약1,500원) 내외로 짧아 큰 부담이 없고 언제 어디서나 자전거를 주차하고 반납할 수 있어 자주 애용한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자 지자체들은 ‘효율성’을 내세워 공공자전거 사업을 접은 뒤 그 자리를 민간업자에게 내주고 있다. 공공자전거 피프틴을 철수한 고양시는 지난 6월부터 공유자전거 ‘타조(TAZO)'를 운영 중이다. 인천시 연수구는 내달부터 옴니시스템과 손잡고 '타조자전거' 1,500대를 시범 운영한다. 타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전거 위치를 검색하고 이용 후 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이용료는 보증금 없이 최초 20분 500원에 10분마다 200원이 추가된다. 업무협약을 맺은 KT가 자전거 운영 플랫폼과 무선통신 등을, 옴니시스템은 자전거 공급 등 운영자 역할을 맡아 시는 별도 재정지원 부담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대여반납 시스템 등 플랫폼 전반에 있어 공공이 민간과 경쟁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공자전거 도입을 추진하던 연수구가 공유자전거 도입으로 계획을 튼 것도 비슷한 이유다. 자전거와 관련 시설을 갖추는 데 8억 원이 넘게 드는 데다 유지관리를 위해 별도 팀까지 꾸려야 하기 때문이다. 구 관계자는 "민간사업자에게 맡기는 게 좀 더 체계적이고 관리가 잘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시선이 모두 연수구 같지만은 않다. 이윤기 마산YMCA 총장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한 자전거 도로에 공공자전거가 달리기 시작하니 이보다 앞선 기술을 내세운 민간 공유자전거가 득세해 잇속을 챙기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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