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의 70%가 예방접종을 완료한 뒤엔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매일 발표하지 않는 새로운 방역 체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를 장기적으로는 독감처럼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23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부터 전문가들과 함께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를 위한 방안을 본격 논의하고 있다. 논의 결과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된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생활치료센터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이어지는 치료 체계도 모두 변경될 수 있을 전망이다.
위드 코로나를 위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부분은 매일 발표되는 하루 신규 확진자 수다. 지금은 이 확진자 수가 거리두기 단계 설정 등 방역 체계 전반을 결정하는 주요 지표가 되고 있지만, 위드 코로나 시대엔 달라져야 한다. 치명률이나 중증화율 같은 다른 지표를 기준으로 삼고, 확진자 수는 좀 더 긴 주기로 또는 일정 수준을 넘을 때만 공개하는 식이다.
현행 4단계 거리두기 체계는 단계를 다시 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혹은 코로나19도 독감처럼 특정 시기에 유행주의보를 발령하고 거리두기는 그때만 적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에선 독감으로 해마다 2,000~4,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하려면 독감과 유사한 수준의 사망자가 나와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지난해 1월 이후 이날까지 총 2,427명이다.
치료 체계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금은 코로나19로 확진되면 증상 유무와 관계 없이 경증이면 생활치료센터, 중등증 이상이면 감염병 전담병원이나 중환자 병상으로 이송된다. 그러나 향후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에 걸려도 증상이 없거나 약한 경우가 많아질 테니 재택(자가)치료 확대 요구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확진자가 집에서 머물며 건강 상태를 확인하다 증상이 나빠지면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다만 위드 코로나 방안 적용 시점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현재로선 국민의 70%가 예방접종을 완료하고(10월 말) 2주가 지나 항체가 형성된 시점(11월)이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그때의 유행 정도나 변이 확산 등 여러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방역당국은 이 같은 방향성을 갖고 전문가들과 함께 구체적인 위드 코로나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예방접종과 방역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검토 과정을 충분히 공개하고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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