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전화번호 그대로 갖다 쓴 오징어게임
"촬영용 별도 번호 이용했어야" 비판 쏟아져
넷플릭스 "제작사, 피해자와 대화 중" 원론적 답변만
화제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개인 휴대전화 번호 유출 논란에 휩싸였다. 넷플릭스는 이에 제작사가 피해자와 대화에 나섰다며 문제를 해결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았다.
문제가 된 건 드라마에서 게임 참가자들을 모집하는 정체불명의 남성(공유)이 주인공인 성기훈(이정재)과 다른 참가자들에게 건넨 전화번호 여덟 자리다.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이 호기심에 이 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냈는데, 한 일반인이 실제 사용하는 개인 번호였다.
010이나 지역번호를 붙이지 않고 여덟 자리 번호만 눌러도 전화가 걸린다. 24시간 밤낮 없이 낯선 이에게 걸려 오는 전화에 해당 번호 사용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지경이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 피해자 A씨는 24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하루에 4,000통 정도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징어게임을 본 적도 없는데 '스팸 전화'겠거니 하고 생각했다"면서 "제 번호가 드라마에 나왔다는 사실도 전화 걸었던 어떤 분이 알려주셔서 그제서야 알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이들 목소리로 '오징어게임 자기도 시켜달라' 이런 전화도 오고 있다"며 "(새벽) 1시, 2시, 3시 가리지 않고 전화가 오고 문자도 보내고 사진도 찍어보내고 장난이 아니다"라고 답답해했다.
10년 동안 써온 번호이고, 사업을 하고 있어 거래처와 연락 때문에 번호를 바꿀 수도 없다는 그는 심지어 자신의 아내 역시 끝자리 한 자리만 다른 전화번호를 쓰고 있어, 잘못 걸려온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A씨는 넷플릭스와 오징어게임 제작사인 싸이런픽쳐스에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항의조차 못 했다고 했다.
미국선 촬영용 번호 100개 따로 만들어 쓴다는데
넷플릭스는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답변을 내놨다. 넷플릭스는 24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제작사와 해당 번호 소유자분이 이번 주부터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번호 노출 경위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A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제작사 측이나 넷플릭스 측 어느 쪽에서도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넷플릭스와 제작사가 너무 안이하게 접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할 경우 실제 번호와 다르게 숫자를 조합하거나 새 번호를 따서 사용한다. 미국의 경우 한 대형 통신사가 100개의 번호를 촬영용으로 따로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반면 오징어게임 제작사는 이 과정을 생략한 채 대안 없이 아무 번호를 띄운 것이다.
온라인에선 제작사와 넷플릭스를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촬영용 전용 번호를 사용했어야 했다" "제작진이 생각 없이 노출한 건 명백한 잘못이다" "평생 쓴 번호라면 보상해 줘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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