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안에 '진실하지 아니한 보도' 포함
'구체성 요구' 국가인권위 제안에 역행??
'공익적 보도'에 대한 면책조항도 삭제
24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는 징벌적 손해배상 등 쟁점 현안에서 평행선을 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8인 협의체에서 언론계와 시민사회계의 비판을 반영했다는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야당은 원안보다 후퇴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중재법에 대해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민주당의 '27일 본회의 처리' 방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여야 8인 협의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10차 회의에서도 견해 차만 확인했다. 이에 26일 회의가 마지막이 될 전망이다. 협의체는 그간 △징벌적 손해배상 △허위·조작 보도를 판단하는 고의·중과실 추정 △열람차단청구권 등의 쟁점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이 지난 17일 제시한 수정안마저 언론 보도를 보다 옥죌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협의 진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
與 수정안 제시했지만... 野 "개악" 반발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만들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언론보도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지 않는다'(30조2의 4항)는 조항을 담았다.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남용에 따른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위축 우려에 안전 장치를 마련한 것이었다.
민주당은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해당 면책 조항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면책 조항을 빼서 강하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면책 조항이 삭제된 경위에 대해 "공익 목적의 보도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 법원 판례가 이미 정립돼 있어 법 조항까지 넣는 것은 중복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 대상으로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 대신 '진실하지 아니한 보도'라는 문구를 삽입한 것도 야당은 "개악"이라고 맞서고 있다. 당초 '허위·조작 보도'가 문제시된 것은 광범위하고 모호한 개념으로 언론의 자기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민주당 수정안에 포함된 '진실하지 아니한 보도'는 이보다 더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허위 여부가 불분명한 보도까지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서다. 앞서 허위·조작 보도의 개념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해 '허위성, 의도성,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 등의 요건을 넣어 구체화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제안에 역행하는 셈이다.
국민의힘은 기존 안보다도 징벌 대상이 확대됐고 고의·중과실이 없다는 입증 책임까지 언론에 부과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원고가 '진실하지 아니한 보도'만 입증하면 언론사(피고)가 '고의·중과실 없음'을 입증해야 함으로써 되레 언론사의 입증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文 "충분한 검토 필요"... 與 "이미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유엔순방 귀국길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이나 시민단체, 국제사회에서 이런저런 문제 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YTN에서 "단독 처리할 경우 여야 경색국면으로 국회 운영이 원활하지 않아 대통령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여야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강행 처리'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은 청와대가 주도해서 이뤄지는 입법은 아니다"라고 했다. 언론중재법 추진 책임을 여당에 돌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문 대통령 말씀처럼 이미 시민단체나 국제기구의 문제 제기를 잘 귀담아 듣고 있다"고 했다. 여야 8인 협의체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감안해 논의하고 있다는 인식으로, 27일 본회의 처리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르면 여야 8인 협의체와 여야 원내대표 사이에서 합의안 도출에 실패할 경우 민주당은 수정안을 상정해 본회의 표결 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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