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청약통장' 발언으로 또다시 구설수
캠프 측 "오해 발언 사전 차단" 밝혔지만
빈도 줄었어도 '발언 논란' 계속돼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3일 '청약통장' 발언으로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무주택자를 위한 제도인데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만들지 못했다"는 아리송한 말을 남긴 것이다.
잇단 설화에 시달렸던 지난달 초 윤석열 캠프 윤희석 대변인은 "본의와 다르게 오해되는 발언을 사전 차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후 실수의 빈도는 줄었지만 윤 전 총장 발언에서 비롯한 논란은 여전하다.
① 주 120시간 노동
'주 120시간 노동'은 7월 19일 공개된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나왔다. 사실상 대선 후보로서 처음 경제 정책 방향성을 제시한 자리였다. 윤 전 총장은 주 52시간제에 관해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게임 하나 만들려면 한 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더라"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중심으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윤 전 총장은 이튿날 대구 일정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으로) 반대 쪽에 있는 분들이 왜곡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발표한 입장문에선 '현장의 문제 의식에 공감해 그대로 전달한 것'이란 해명을 내놨다. "현행 탄력근로제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해 근로조건 예외를 보다 폭넓게 인정해 달라는 애로사항을 듣고 그대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주 120시간을 근무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주 120시간 근무하자'는 얘기가 아니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② 대구 아니면 민란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을 해명한 바로 그날 윤 전 총장은 대구동산병원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의료진과 시민의 노력을 지원해 주기는커녕 우한 봉쇄처럼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는 그런 철없는 미친 소리까지 나왔다"고 했다.
이어 "초기 코로나19가 확산된 곳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 있는 대처가 안 되고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여권의 '대구·경북 봉쇄' 언급을 비판하려는 취지였으나, '자칫 지역을 갈라치기 할 수 있어 대통령 후보로선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같은 달 22일 "코로나19 초기 상황에서 지역분들이 그런 말씀을 많이 하셨고, 어려운 상황에서 질서있게 잘 해주셨다는 것"이라며 "제가 민란이란 말을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주 120시간 노동'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나온 말을 전했다는 얘기였다.
③ 박근혜 대통령 수사 송구
윤 전 총장은 7월 20일 대구KBS 인터뷰에서 '적폐(국정농단) 수사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지역에서 배출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소추를 했던 것에 대해 섭섭하거나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마음속으로 송구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 아니면 민란'과 같은 날 나온 발언이었다.
곧장 여권에서는 '검사 시절 수사의 공공성을 의심케 한다', '촛불을 든 국민을 우롱'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보수 진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튿날 열린 SBS 주최 '여야 당대표 토론배틀'에서 대구에서의 발언들을 싸잡아 "윤 전 총장이 장외에 머무르는 이유는 보수 진영의 중도 확장성을 갖기 위해서인데 방향성에 있어서 혼란이 있는 것 아닌가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이에 대해 별도의 해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8월 31일 충북 옥천의 육영수 여사 생가 방문 때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분이 어떻게 여기 올 수 있냐"는 현장 반응에 "공직자로서 정부의 인사발령에 따라 저의 소임을 다한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④ 부정식품
'부정식품' 발언은 앞선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나왔는데 8월 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뒤늦게 논란이 됐다. 윤 전 총장은 여기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를 빌려 "먹으면 병 걸리고 죽는 것이면 몰라도 없는 사람은 그 아래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품 위생은 생명과 안전이라는 국민의 기본권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자 윤석열 캠프에서 정무실장을 맡고 있는 신지호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법적으로는 부정식품이지만, 몸에는 해롭지 않은 정도라면 저렴하게 사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며 '부정식품'을 '불량식품'과 다른 개념으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윤 전 총장도 지난달 2일 국회 '명불허전 보수다' 초청 강연에서 "미국에서도 행정적으로 단속하는 부정식품 기준을 정할 때 너무 과도하게 정해 놓으면 국민 건강엔 큰 문제가 없지만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저소득층이 훨씬 싸게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제한한다"며 "형사처벌까지 하는 건 과도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⑤ 건강한 페미니즘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선 '건강한 페미니즘' 발언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저출생에 대한 얘기를 하며 "페미니즘이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이 돼서 남녀간의 건전한 교제를 정서적으로 막는다"며 일명 '건강한 페미니즘'을 주장했다.
그는 강연 직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저출생과 페미니즘을 연결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질의에 앞선 '주 120시간 노동', '민란' 발언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발언이 다른 누군가의 말을 전달했을 뿐임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한 페미니즘에 대해선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사용되면 여권 신장보다는 갈등을 유발하는 측면이 생길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이 페미니즘의 개념을 곡해했다거나 '페미니즘 감별사'를 자처하며 훈계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신지호 전 의원이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한 여성학자가 '한남충' 표현을 썼다. 남성을 벌레로 인식하면 건전한 교제가 될 수 없다"며 윤 전 총장 발언을 두둔하는 해명을 내놨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4일 '건전한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칼럼에 직접 댓글을 달며 "겸허히 수용한다. 양성평등의 실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동시에 "제가 비판하는 대상은 페미니즘을 악용하는 정치인이다", "이성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건전한 교제가 어렵다는 지적엔 동의하실 거라 믿는다"며 기존 해명도 반복했다.
⑥ 메이저 언론
8일 이른바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의혹을 해명하는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앞으로 정치 공작을 하려면 인터넷 매체나 재소자, 의원 면책 특권 뒤에 숨지 말고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 가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여권을 중심으로 '건전언론 육성' 캠페인을 벌이던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편향된 언론관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메시지로 반박 못하지 메신저를 폄훼한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윤 전 총장은 이튿날 강원 춘천에서의 일정 도중 "규모가 작은 인터넷 매체를 동원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래야 책임도 지지 않겠나는 이야기"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⑦ 손발 노동, 비정규직
윤 전 총장은 13일 국립안동대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지금 기업은 기술력으로 먹고 산다. 손발 노동으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건 이제 인도도 안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임금의 큰 차이가 없으면 비정규직이나 정규직이 큰 의미가 없다"는 발언도 했다.
손발 노동 발언엔 '노동을 천시하고 차별한다'는 비판이, 비정규직 발언엔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의 현실을 모른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윤 전 총장 측은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향해서 임금 격차를 없애려고 노력한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은 궁극적으로 없어질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라며 "청년 선호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구분이 의미 없다고 말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손발 노동에 대해선 15일 한국노총 방문 자리에서 "(단순노동이) 후진국으로 넘어가는 입장이니 여러분이 첨단과학 기술을 더 습득하고 연마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뜻"이라고 윤 전 총장이 직접 설명했다.
⑧ 청약통장
23일 국민의힘 2차 대선 경선 TV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은 "집이 없어서 청약 통장을 만들어 보지 못했다"는 발언을 남겼다.
유 전 의원이 "의무복부 다녀온 병사에게 주택청약 가점을 주는 공약을 발표했던데 제가 7월 초에 얘기했던 공약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며 "그 공약을 이해하고 계시는지, 직접 주택청약 같은 거 만들어 본 적 있나"고 질문하자 내놓은 답변이었다.
윤 전 총장 측은 24일 "다소 늦은 나이에 직업을 갖고 결혼도 늦어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직업상 여러 지역으로 번번이 이사해야 했던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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