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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멍완저우 귀국에 "대미외교 승리" 자축… 미중갈등 돌파구 될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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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멍완저우 귀국에 "대미외교 승리" 자축… 미중갈등 돌파구 될지 미지수

입력
2021.09.26 09:19
수정
2021.09.2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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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화웨이 부회장 '애국발언' 쏟아내
'美 희생양' 주장하던 중국도 영웅 대접
미중 관계 회복 신호탄 될 지는 미지수

캐나다에서 석방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25일 중국 광둥성 선전 바오안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꽃다발을 받고 있다. 중국 CCTV·선전=AFP 연합뉴스

캐나다에서 석방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25일 중국 광둥성 선전 바오안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꽃다발을 받고 있다. 중국 CCTV·선전=AFP 연합뉴스

미국 검찰에 기소돼 캐나다에서 가택연금 상태로 있다가 약 3년 만에 중국 땅을 밟은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의 멍완저우(49) 부회장이 현지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중국은 그의 귀국을 대미(對美) 외교 승리라고 강조하며 치적 홍보에 나섰고, 현지 주요 언론들도 대서특필하며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미중 갈등의 상징적 인물이던 멍 부회장의 석방이 경색된 양국 관계 회복에 돌파구가 될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25일 중국 관영 CCTV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마련한 에어차이나 전세기편으로 캐나다를 출발한 멍 부회장은 이날 밤 광둥성 선전의 바오안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선전은 화웨이 본사가 있는 곳이다. 공항 활주로에는 수십 명의 시민들이 환영 메시지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중국 국기를 흔들며 멍 부회장을 맞이했다. 그는 마치 외국 국빈처럼 공항 활주로에서 트랩(이동식 계단)을 타고 전세기에서 내리며 환영 인파에 손을 흔들었다.

멍 부회장은 돌아오자마자 ‘애국 발언’을 쏟아냈다. “조국이여, 내가 돌아왔다”고 운을 뗀 그는 “위대한 조국과 인민, 당과 정부의 관심에 감사한다. 보통의 중국인으로서 조국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관심에 감사를 표한 뒤 “지난 3년을 돌아보며 나는 각 개인과 기업, 국가의 운명이 실제로 연결돼 있음을, 조국이 발전하고 창성해야 기업도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국민도 행복하고 안전할 수 있음을 더 분명히 알게 됐다”고 밝혔다.

중국 주요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는 공항 상황을 멍 부회장 입국 6시간 전부터 생중계하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집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 등을 들고 환영 나온 시민들과 취재진이 운집한 채 멍 부회장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등 공항 현장의 고조된 분위기가 온라인 중계를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멍 부회장이 중국에서 이 같은 환대를 받는 것은 그의 기소 및 체포, 가택연금 등을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 정책 일환으로 보고, 그를 무고한 희생자로 간주하는 시각이 중국 내에 만연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그간 멍 부회장을 두고 미국의 중국 압박 정책 희생양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왔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멍완저우 사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한 중국 국민에 대한 정치 박해 사건이고, 목적은 중국의 하이테크 기업을 탄압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이미 충분히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중국 매체들 역시 시진핑 정권의 업적을 강조하며 ‘멍완저우 영웅 만들기’에 힘을 실었다. 현지 언론들은 관련 보도에서 멍 부회장을 ‘여사’로 칭하는 한편, 그가 풀려난 데는 ‘중국 정부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나닷컴은 이를 “중국 외교가 미국을 상대로 거둔 하나의 승리”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25일 중국 광둥성 선전 바오안 국제공항에서 수백 명의 시민들이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귀국을 환영하고 있다. 선전=AP 연합뉴스

25일 중국 광둥성 선전 바오안 국제공항에서 수백 명의 시민들이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귀국을 환영하고 있다. 선전=AP 연합뉴스

반면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수감됐던 캐나다 국적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와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이 이날 석방돼 귀국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과 캐나다 간에 ‘맞교환’ 구도로 멍완저우와 캐나다인 2명의 석방이 각각 이뤄졌지만, 외신을 접한 사람을 제외한 다수의 중국인은 멍 부회장이 풀려난 사실만 알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딸인 멍 부회장은 2018년 12월 이란제재법 위반 등 혐의로 캐나다에서 미국 요청을 받은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보석으로 풀려난 뒤 미국 검찰에 의해 기소됐으며, 캐나다에서 가택 연금 상태로 미국으로의 신병 인도 재판을 받아 왔다. 체포 2년 9개월만인 지난 24일 미국 법무부와 기소 연기에 합의함에 따라 가택 연금 상태에서 풀려났다.

멍 부회장의 체포와 가택연금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 미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양국 갈등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 왔다. 이 때문에 이번 석방은 미중 대립 완화의 주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황징 베이징언어문화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멍 부회장과 미국이 합의한 것은 최근 몇 년간의 격렬한 분쟁에도 중국과 미국 사이에 협력의 여지가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번 결과는 자연스럽게 중국과 미국, 캐나다 3국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화웨이를 둘러싼 기술 분쟁이 끝나지 않은 만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멍완저우) 사건은 종결됐지만, 그가 몸담은 화웨이를 둘러싼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여전히 회사에 대한 미 법무부의 형사소송은 진행 중이며, (기소 연기 합의 과정에서) 멍 부회장이 (이란 제재 관련) 잘못을 인정한 것을 증거로 삼으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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