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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갚으면 설날 집 뒤집는다"…연 4000% 고리대금 일당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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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갚으면 설날 집 뒤집는다"…연 4000% 고리대금 일당 적발

입력
2021.09.27 15:50
수정
2021.09.27 16:20
8면
0 0

2030 사회초년생과 일용직 등 사회 약자 243명 피해
카톡이나 가족 등 지인에 채무 사실 알려 지속적 협박

불법 대부업체가 채무 상환을 독촉하기 위해 보낸 카톡 내용. 부산경찰청 제공

불법 대부업체가 채무 상환을 독촉하기 위해 보낸 카톡 내용. 부산경찰청 제공

사회 초년생인 20대 후반 여성은 지난 2월 ‘돈 달라’ ‘절대 용서 못한다’ ‘설날에 너희 집에 가서 뒤집어야겠다’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잇따라 받았다. 급전이 필요해 불법 대부업체에서 지난해 6월 돈을 빌린 것이 화근이었다. 연 4,000%가 넘는 살인적인 이율에 일주일 안에 갚아야 했기 때문에 한번 돈을 빌린 이후 ‘돌려막기’ 수렁에 빠져 24개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야만 했다.

빌린 돈은 10만 원 등 소액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높은 이자 때문에 돈이 모자랐고, 대부업체에 다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은 8개월 만에 1,0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대부업체에서 독촉하는 협박성 카톡 등에 견디다 못한 이 여성은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일용직에 종사하는 30대 초반 남성도 50만 원을 불법 대부업체에서 빌리는 과정에서 20만 원의 선이자를 뗀 뒤 30만 원을 받고 일주일 뒤에 50만 원을 갚는 방식으로 47차례 대부업체를 이용했다. 한달 반 만에 대출금이 2,000만 원으로 늘었다. 이 중 이자만 700만~800만 원에 달했다.

코로나19와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대출이 힘든 사람들에게 인터넷으로 소액을 고리로 빌려준 뒤 거액을 챙긴 고리대금업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대부업법과 채권추심법 위반 혐의로 대부업체 사장 A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직원 등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인터넷 대출 광고를 보고 연락온 사람들에게 10만∼20만 원의 소액 대출을 한 뒤, 연 4,000% 이상의 고리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10만 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8만 원 이자를 붙여 18만 원을 갚게 했다. 이자 8만 원은 연이자로 따지면 80% 이율이지만 8만 원을 일주일 정도의 짧은 기간에 갚도록 했기 때문에 이를 연이자로 계산하면 4,000%가 넘는다.

경찰은 최근 한달 반 사이에 문제의 업체로부터 높은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린 피해자가 243명에 달하고, 대부업자가 챙긴 부당이득만 2억5,200만 원가량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형편이 여의치 않은 20~30대 사회초년생과 계약직 또는 일용직 직원과 아르바이트였다.

경찰은 “고리대금업 일당은 수사를 피하기 위해 메시지 기록을 삭제하고 대포폰을 수시로 교체했다”면서 “피해자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 대부분은 짧은 기간 10만~50만 원의 소액을 빌리면서 ‘금방 갚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대부업자들은 채무자 가족, 지인, 직장동료 연락처 등 개인정보와 채무자의 얼굴 사진을 확보해 돈을 갚지 않으면 가족과 지인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거나 협박하는 수법으로 이자와 원금을 받아 챙겼다.

경찰은 “불법 대출로 피해를 입을 경우 두려워하지 말고, 가까운 경찰서에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부산=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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