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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국회 승인은 과연 정당한가

입력
2021.09.28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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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정형근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편집자주

판결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판결이 쌓여 역사가 만들어진다. 판결에는 빛도 있고 그림자도 있다. 주목해야 할 판결들과 그 깊은 의미를 살펴본다.


양승동 KBS사장이 7월 1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 공개홀에서 열린 텔레비전방송수신료 조정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동 KBS사장이 7월 1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 공개홀에서 열린 텔레비전방송수신료 조정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방송공사(KBS)는 텔레비전방송수신료(이하 수신료)의 징수업무를 한국전력공사에 위탁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1998년 A에 대하여 그해 2월분 수신료 2,500원을 부과하였다. A는 KBS와 텔레비전방송수신과 이용에 관한 계약이 체결되지도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수신료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면서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수신료 부과처분의 취소소송을 했다. 그는 수신료 부과처분의 근거가 된 방송법 조항이 헌법상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된다고 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그 당시 방송법은 수신료의 금액은 KBS이사회가 심의·결정하고, 공사가 공보처 장관의 승인을 얻어 부과·징수하도록 되어 있었다. 수신료 금액은 전적으로 KBS가 결정하고 주무장관의 승인을 얻어 징수하는 구조였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수신료 금액을 국회가 스스로 결정하거나 결정에 관여하지 않고, 한국방송공사가 결정하도록 한 방송법 제36조 제1항은 위헌이라고 하였다. 수신료의 결정행위는 그 금액의 다과를 불문하고 수많은 국민들의 이해관계에 직접 관련된다는 이유로 수신료 금액은 입법자가 스스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그리고 국회가 수신료 금액을 법률로써 직접 규정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면 적어도 그 상한선만이라도 정하고서 공사에 위임할 수도 있고, 수신료 금액의 1차적인 결정권한을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독립된 위원회에 부여하고서 국회가 이를 확정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국회는 2000년 개정한 방송법에 수신료를 결정할 때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였다. 그 결과 수신료는 이사회가 심의·의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되고, 공사가 이를 부과·징수하게 되었다. 국회의 승인이 없으면 수신료는 인상될 수 없다. 국회는 20년 동안 한번도 수신료 인상을 승인하지 않았다. 그래서 1981년 2,500원으로 책정된 수신료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동일하다. 그 때문에 공영방송은 정치권에 대한 비판기능 약화와 광고수입 의존도를 높여 재원구조가 왜곡되고 있다. 방송의 정치권 종속과 프로그램 제작권이 위협되는 문제도 초래되었다.

이런 현상은 헌법재판소가 수신료 금액을 입법자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던 영향이다.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수신료 결정은 입법자의 자의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한 바 있다. 그 이유는 국회에 진출한 정당이 방송을 도구화할 수 있고, 입법자가 재원조달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방송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이 세금으로 운영되면 국가에 종속될 것이라서 독자적인 재원조달 수단으로 수신료를 받게 한다. 그런데 유권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수신료 인상을 승인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수신료 결정에 관한 방송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수신료의 국회 승인에 관한 방송법 조항에 대한 위헌심사는 이뤄진 바 없다. 국회와 방송은 비판과 견제로 긴장관계에 있는데, 국회가 공영방송의 재정을 직접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 헌재가 1998년 수신료 금액의 결정은 수신료에 관한 본질적인 중요한 사항이므로 국회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는 국회의 승인제도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수신료 인상 시 국회의 승인제도는 KBS를 정치권의 먹잇감으로 던져준 것과 같다. KBS가 "이 프로그램은 여러분의 수신료로 만들었습니다"라고 호소한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KBS는 이런 방송법 조항을 삭제하기 위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할 필요가 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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