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재임 16년간 中 12차례 방문]
①메르켈 실용외교 ‘친중’ 기조에 찬사
②‘블랙박스’ 사민당 숄츠, 시진핑 만나
③기민당 우호, 녹색당 비판...연정 변수
#2019년 9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중국을 찾았다. 서구 정상으로는 이례적으로 2년 연속 방문했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베이징은 물론, 우한도 방문해 중국과의 우의를 과시했다. 건강이상설에도 불구하고 강행군을 펼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전 마지막으로 중국에 족적을 남겼다.
#올해 4월 28일 메르켈 총리는 리커창 중국 총리와 화상으로 마주앉았다. 이날 ‘정부 간 협상’에 참석한 양국 관료는 25명에 달했다. 2011년 회의 시작 이후 최대 규모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을 전면에 내세워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메르켈 총리만 중국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는 이처럼 중국의 든든한 우군이었다. 재임 16년간 중국을 무려 12차례 방문했다. 반면 미국과는 늘 적당한 거리를 뒀다. 중국을 옭아매려 했던 과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격한 제스처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바이든 현 행정부의 달콤한 제안에는 냉정함을 유지했다. 동시에 중국과는 얼굴 붉히는 일을 피했다. 코로나19 이후 유럽에서 중국에 첫 전세기를 띄운 것도 독일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전 중국에 진출한 독일 기업은 5,000곳이 넘는다. 중국이 독일 총선 이후 ‘포스트 메르켈’의 향배에 유독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①메르켈 ‘친중’ 기조에 찬사
중국은 메르켈의 실용적 대중 정책에 찬사를 보냈다. 미국이 주장하는 안보가 아닌, 중국이 자신 있는 경제적 이익을 앞세운다면 독일과의 밀접한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중국은 5년 연속 독일의 최대 교역국 자리를 사수하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메르켈 총리는 우호교류를 증진해 양국 국민에게 실질적 이익을 주고 중국과 유럽의 협력을 촉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독일의 새 정부와도 신뢰를 높이고 상호 존중하며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총리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메르켈만 같으면 바랄 게 없다는 의미다.
②미스터 ‘블랙박스’, 메르켈 뒤 잇나
현재로선 26일 독일 연방의원 선거에서 신승을 거둔 사회민주당 올라프 숄츠 대표가 메르켈의 바통을 이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는 선거 기간 중국을 콕 집어 언급한 게 없다. 강하고 독립적인 유럽연합(EU)을 강조하면서 아시아의 성장을 거론하며 “만족스런 협상과 평화 공존”을 주장한 게 전부다. 이 같은 깜깜이 대중정책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속을 알 수 없는 ‘블랙박스’라고 표현했다.
다만 짐작할 단서는 있다. 숄츠는 상하이 자매도시인 함부르크 시장을 지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 당시 시장도 숄츠였다. 그는 2019년 고위급 금융대화에서 한정 중국 부총리를 만난 경험도 있다. 장펑 상하이 외대 교수는 28일 “숄츠는 중국, 특히 상하이와 깊은 유대와 협력관계를 유지했다”며 “독일의 경제발전을 위한 중국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 메르켈의 실용주의 노선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③연정이 변수…기민당 우호적, 녹색당 비판적
독일이 연립정부를 꾸리는 과정에서 ‘메르켈의 후계자’로 통하는 기독민주당 아르민 라셰트 대표가 총리에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중국에 우호적이다. 라셰트는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들이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하자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신냉전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누군가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길 원한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사민당과 기민당에 이어 원내 정당 3, 4위를 차지한 녹색당과 자유민주당이 연정에 참여할 경우 독일과 중국 관계가 삐걱댈 수도 있다. 대중 강경파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녹색당은 중국의 환경오염과 인권탄압에 비판적이다. 자민당은 중국이 지난해 12월 EU와 체결한 포괄적투자협정(CAI)에 반대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독일은 연정을 구성하는 데 수개월씩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당분간 중국과 독일 관계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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