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속한 업종 임금 총액 13% 감소
초과근로시간 감소도 제조업 내 최고 수준
"사람 없어 못 뽑는데, 임금 감소로 숙련 인력 이탈"
지난 7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의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장, 중소 조선업과 뿌리산업(주조·금형·용접 등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6개 기술 분야) 근로자의 임금이 감소, 타 산업으로의 인력 유출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신노동연구회,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함께 개최한 '주 52시간제 전면 시행, 중소기업에서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세미나에선 이런 분위기의 현장 목소리가 쏟아졌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신노동연구회 대표)는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중소 조선·뿌리업체 근로자 임금이 30~40% 이상 감소했다"며 "이로 인해 숙련공들이 이탈해 인력난이 심화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조선업이 속해 있는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의 경우 2018년 상반기 대비 올해 5월의 초과 근로시간 감소율이 23.3%에 달했다. 이는 산업 전체가 7.3%, 제조업이 12.6% 감소한 것에 비해 월등한 수치다. 규모별로는 30~99인 사업장이 37.4% 줄어들면서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올해 1월부터 30~299인 사업장에 대해 주 52시간제가 적용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근로시간 감소는 임금 감소로 이어졌다.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의 임금총액과 초과임금은 최근 3년 새 각각 13%씩 감소했다. 특히 초과 임금은 전체 산업에서 11%, 제조업에서 4% 증가한 모습과 상반된다. 주 52시간제 적용에 따른 조선업계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컸단 얘기다.
이 교수는 "앞으로 현장에서 발생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재정비, 특별연장근로제 확대, 월·연 단위 연장근로 허용 등 제도 개선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황경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산업 사내협력사 103곳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근로자의 82.4%가 주 52시간제로 임금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임금 감소폭은 15~20% 수준이라는 응답이 30.1%로 가장 많았고, 감소한 임금을 보전해주지 않는 곳이 61.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황 연구위원은 "응답 업체의 57.8%가 가장 심각한 애로 사항으로 '임금 감소에 따른 숙련 인력의 이탈'을 꼽았다"며 "이미 조선업계는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충원이 안 되고 있는데, 주 52시간제로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무는 "대표적인 수주산업인 조선산업은 작업량 변동이 심하고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자주 발생해 탄력근로제 같은 유연근무제 요건을 준수하기 어렵고, 특별연장근로 역시 최장 3개월인 짧은 인가기간 때문에 활용에 어려움이 크다"며 "최근 수주 증가로 내년 이후 생산 물량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조선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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