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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최장 재임... 장기간 금융완화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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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최장 재임... 장기간 금융완화 ‘명과 암’

입력
2021.09.2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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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뒷받침' 8년 반 동안 금융완화
물가상승률 2% 목표 실패... 잠재성장률 하락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29일 역대 최장 재임 기록을 세웠다. 사진은 지난해 1월 21일 도쿄 일본은행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는 구로다 총재.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29일 역대 최장 재임 기록을 세웠다. 사진은 지난해 1월 21일 도쿄 일본은행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는 구로다 총재.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으로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해 온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역대 최장 재임 기록을 세웠다. 8년 반 동안 지속된 금융완화로 일본 기업의 이익이 늘고 고용 여건도 크게 개선되었으나 디플레이션을 탈출해 2%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겠다는 목표는 아직도 달성이 요원하다. 장기간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되면서 자금이 자산 시장으로 흘러 닛케이지수가 3만 엔까지 올랐지만 잠재경제성장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등 부작용도 지적된다.

2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구로다 총재의 이날 기준 연속 재임 일수는 3,116일로 이치마다 히사토(一万田尙登) 전 총재의 종전 재임 일수(3,115일·재임 기간 1946~1954년) 기록을 넘어섰다. 구로다 총재는 아베 신조 2차 내각이 출범한 이듬해인 2013년 3월 20일 취임, 아베 내각이 추진한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인 대규모 금융완화를 진행했다. 지난해 9월 스가 요시히데 정권 출범 후에도 총재직을 유지했고, 29일 새로운 총재가 선출되더라도 2023년 3월 임기까지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진행되는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 중 누구도 금융완화 정책 자체에 부정적인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금융완화 정책은 엔저 현상을 유도해 기업 이익을 늘리고 경기 회복을 도왔다. 이에 따른 고용 증가가 저출산 현상에 따른 구인난과 맞물려 대학생 취업도 활발해졌고, 3% 이내의 낮은 실업률을 기록한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과거 상당수 대졸자가 취업을 하지 못해 방황했던 ‘취업 빙하기’ 세대는 오래 전 말이 됐다.

기업실적 회복과 함께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쏠리면서 구로다 재임 기간 닛케이지수는 1만2,000엔대에서 시작해 현재 3만 엔대로 크게 상승했다. 구로다 총재는 앞서 22일 기자회견에서 “(대규모 완화정책을) 하지 않았다면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이 지금보다 낮았을 것이고 고용도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완화정책은 “옳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간 완화 정책이 계속되면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흐르고 경제의 구조적 체질 개선이나 개인 소득의 증가는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추계한 일본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13년 0.8%대에서 2019년 0.2%대로 오히려 떨어졌다. 물가상승률은 계속 0%대에서 머무르고 있어, 2%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려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앞으로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목표는 달성 가능성이 낮으니 중장기 목표로 두고, 다른 목표를 새로 제시함으로써 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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