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국가정원·?순천만습지·선암사 대중교통 여행
전남 순천은 차 없이도 여행하기 쉬운 도시다. 면적은 넓지만 이름난 관광지로 이동하기는 비교적 수월하다. 웬만한 관광 명소는 순천역과 순천종합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만 타면 갈 수 있다. 외지인도 손쉽게 대중교통 여행이 가능한 지역이다.
숲과 계곡 어우러진 유서 깊은 사찰, 선암사
첫 일정은 선암사로 향한다. 백제 성왕 5년 아도화상이 해천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 이창주 도선국사와 심창주 의천대각국사가 중창한 후 천태종이 널리 전파되며 호남의 중심 사찰로 성장했다. 여러 차례 화마로 피해를 입었지만, 현재는 태고종 유일의 총림(선원·강원·율원을 모두 보유한 절)으로 수많은 스님이 찾는 수도도량으로 자리 잡았다. 2018년 6월 해남 대흥사, 공주 마곡사, 보은 법주사, 양산 통도사, 안동 봉정사, 영주 부석사와 함께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며 더욱 유명해진 절이다.
매표소부터 경내로 이어지는 숲길은 건강 산책로다. 시원한 바람을 벗 삼고 경쾌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가 승선교(보물 제400호)에서 멈춘다. 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예쁘장한 무지개다리에서 바라본 계곡과 강선루의 풍경이 멋스럽다. 아무렇게 찍어도 작품사진이다.
일주문을 통과하면 쌍둥이 같은 동·서 삼층석탑(보물 제395호)이 호위무사처럼 늠름히 서 있다. 균형미가 돋보이는 팔작지붕 대웅전(보물 제1311호)은 몇 차례 화마로 소실되고 재건축을 반복하다가 1824년 중건해 197년 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웅전 현판에 시선이 간다. 대부분의 사찰은 '대웅전'이라는 세 글자만 씌여 있는데, 선암사 대웅전 현판에는 한쪽 귀퉁이에 김조순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조선 순조 임금의 장인 김조순은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세도정치의 실세였다. 임금만 남길 수 있다는 두인(글씨 앞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것)쯤은 땅 짚고 헤엄치기였을 듯하다. 그 권력 덕분에 조선의 숭유억불 정책에서 선암사만큼은 예외였다.
원통전(관음전)도 특별하다. 눌암대사가 정조의 부탁으로 백일기도를 올린 후 순조가 태어나고, 그 보답으로 ‘대복전’ 현판을 하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임금이 큰 복을 낳게 한 밭’이란 뜻이다. 일자형 건물에 맞배지붕으로 된 ‘뒤깐’도 특이하다. 재래식 화장실이지만 지면에서 높아 악취가 나지 않고 살창을 두어 통풍이 잘되도록 했다. 분비물은 퇴비로 사용하는 자연친화적 화장실이다. 순천역에서 1번 시내버스를 타면 선암사가 종점이다. 관람료는 성인 3,000원.
㎡
인공미의 결정체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정원은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이다. 여의도의 3분의1 규모인 92만6,992㎡로 모두 구경하려면 3~4시간이 걸릴 정도로 넓다.
랜드마크 격인 순천호수정원은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조경설계사 찰스젱스의 작품이다. 6곳의 언덕과 호수, 나무 덱으로 구성된다. 순천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동천을 파란색 나무 덱으로 형상화하고,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산을 언덕으로 표현했다. 봉화언덕, 난봉언덕, 인제언덕, 해룡언덕, 앵무언덕, 순천만언덕에서 색다른 호수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영암순천고속도로 공사장에서 나온 암석을 사용한 바위정원에서 시작하는 13개국 세계정원은 세계 여행의 축소판이다. 토스카나 지역 메디치가의 아름다운 빌라 정원을 재현한 이탈리아정원, 풍차와 꽃밭의 향연이 펼쳐지는 네덜란드정원, 영국 병정이 일렬로 선 듯한 메타세쿼이아길, 전통미를 추구한 한국정원이 인기다.
2023년에는 이곳에서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릴 예정이다. 66번 시내버스를 타고 동문 또는 서문에 하차하면 된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를 함께 관람하는 통합입장권 가격은 8,000원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감동, 순천만습지
남해안 중앙에 자리한 순천만습지(명승 제41호)는 행정구역상 순천시 인안동과 대대동, 해룡면 선학리와 상내리, 별량면 우산리·학산리·무풍리·마산리·구룡리로 둘러싸인 항아리 모양의 내만이다. 넓은 갯벌과 갈대밭, 염습지, 염전, 낮은 산과 농경지, 하천 등이 어우러져 경관이 뛰어난 연안 습지이다. 생물다양성의 보고, 자연 재해를 막아주는 스펀지, 바다의 콩팥, 지구의 허파 등 여러 수식어가 동반된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다.
면적은 넓지만 여행하는 방법은 비교적 쉽다. 갈대숲 탐방로를 걸으면 농게 세스랑게 가지게 방게 짱뚱어 등 다양한 갯벌 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생태탐방선을 타면 대대선착장을 출발해 S자 갯골을 돌아온다.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습지의 속살까지 들여다보는 코스다.
진면목은 용산전망대이다. 갈대밭을 지나 산을 오를 때는 잠깐 힘들지만, 전망대에 닿으면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S자로 휘어진 갯골 수로와 드넓은 갈대밭을 보고 있으면 자연이 그린 수채화 속으로 빠져들 것만 같다. 황홀한 일몰과 노을은 평생의 기억으로 남을 비경이다.
전라남도는 순천만습지와 함께 곡성 압록상상스쿨, 장성 황룡강 꽃강을 가족과 함께 가기 좋은 10월 추천 관광지로 선정했다. 66번 시내버스를 타고 순천만습지 하차하면 된다. 순천만정원에서 스카이큐브(성인 왕복 8,000원)를 타면 시내버스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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