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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쓰레기, 고통은 엉뚱한 곳의 주민이 당한다

입력
2021.10.04 11:00
수정
2021.10.05 09:4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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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마을 비극, 서울 등에서 오는 쓰레기 때문
북이면 소각로에도 전국에서 쓰레기들 몰려

편집자주

어느 곳에 사느냐는 권력의 척도가 됐다. 소각로·공장·매립장이 들어서며 병에 걸리고 목숨을 잃었다는 사람들. 암으로 수십 명이 사망한 곳도 있다. 그런데, 목숨에도 등급이 매겨진 걸까. 정부는, 사회는 조용하다. 서울 한복판이라면 어땠을까. 지난 10년 주민들이 '인근 시설로 환경이 오염돼 질병에 걸렸다'며 환경부에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한 곳은 8곳에 이른다. 대책 없이 방치된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인천 서구 사월마을의 중금속 농도는 인근 지역보다 2~5배 높다. 사월마을의 흙을 자석에 가까이 가져가니 쉿가루가 붙는 게 보인다. 인천=김용식 PD

인천 서구 사월마을의 중금속 농도는 인근 지역보다 2~5배 높다. 사월마을의 흙을 자석에 가까이 가져가니 쉿가루가 붙는 게 보인다. 인천=김용식 PD

국내 폐기물 배출량은 경기, 서울이 압도적인 1, 2위다.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생활폐기물+건설폐기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경기는 하루 6만2,459톤, 서울은 4만4,150톤이었다. 이는 하루 국내 전체 폐기물(26만7,014톤)의 약 40%에 달한다.

그런데 전국에서 폐기물 처리시설이 가장 많은 지역은 전남이다. 전남에는 지방자치단체의 매립시설만 62개, 소각시설은 53개가 있다. 이어 경북 51개(매립 33·소각 18), 경남 42개(매립 25·소각 17), 강원 39개(매립 24·소각 15) 순이다. 서울과 경기는 각각 5개(전부 소각), 36개(매립 9·소각 27)에 그쳤다.

1990년대 수도권대기환경개선특별법 등으로 수도권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땅값이 저렴한 지역으로 소각시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사업장(건설)폐기물 소각·매립시설이 없어서 사업폐기물은 모두 외부로 나간다. 그나마 생활폐기물 소각시설은 있다. 서울 생활폐기물(2019년 기준)은 전체의 약 63%는 재활용되고, 25%는 소각되는데 이 중 97.1%는 양천·노원·강남·마포·은평(단독자원회수시설) 등 총 5곳에서 처리되고 있다.

서울엔 쓰레기매립지는 단 한 곳도 없다. 소각되지 않은 서울 생활폐기물의 약 11%는 전량 인천시로 반출, 수도권 매립지로 간다. 서울 내 처리장이 없는 사업장폐기물도 재활용되지 않는 폐기물 중 약 77.5%(1849.4톤/일)가 수도권 매립지로 향한다. 나머지 22.5%(538.5톤/일)는 전국의 다른 지역에서 위탁처리된다.


8월 2일 인천 서구 사월마을의 한 주택(붉은 원 표시)이 폐기물처리업체 등 각종 공장들에 둘러싸여 있다. 인천=홍인기 기자

8월 2일 인천 서구 사월마을의 한 주택(붉은 원 표시)이 폐기물처리업체 등 각종 공장들에 둘러싸여 있다. 인천=홍인기 기자

인천 서구 사월마을의 비극은 이로부터 시작됐다. 서울·경기·인천의 폐기물이 모이는 수도권 매립지에서 불과 1㎞ 남짓 떨어진 사월마을은 매립지 조성 이후 주변에 폐기물 처리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공장이 200개가량 된다.

'소각장 마을'이라는 오명이 붙은 충북 청주 북이면도 주민들 책임이 아닌 외부 쓰레기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반경 2㎞ 안에만 쓰레기 소각업체가 3개나 몰려 전국 소각량의 7%가량을 차지한다. 청주시청 관계자는 "각 사업장마다 반입하는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 오는 폐기물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소각장이기에 폐기물은 전국에서 온다"고 말했다. 북이면 대책위원회는 최소 절반 이상이 바깥에서 온 폐기물이라고 보고 있다.


충북 청주시 북이면에 있는 폐기물 소각로 세 곳(다나에너지·글렌코·우진환경)과 주변 마을. 작은 원은 반경 1.5㎞, 큰 원은 반경 3㎞다. 소각로 세 곳으로부터 반경 3㎞ 내에 중첩돼 위치한 마을들도 적지 않다. 북이면 건강영향조사 결과 설명회 자료

충북 청주시 북이면에 있는 폐기물 소각로 세 곳(다나에너지·글렌코·우진환경)과 주변 마을. 작은 원은 반경 1.5㎞, 큰 원은 반경 3㎞다. 소각로 세 곳으로부터 반경 3㎞ 내에 중첩돼 위치한 마을들도 적지 않다. 북이면 건강영향조사 결과 설명회 자료

정부는 기존 소각로, 매립지 인근 주민들의 고통은 외면하면서 새로운 수도권매립지 물색에 나섰다. 인천시가 수도권 매립지 연장 사용 불가 방침을 세우면서다.

서울시와 경기도, 환경부는 올해 1월부터 대체 매립지 공모에 나서며, 특별지원금 2,500억 원에 기존 폐기물 반입 수수료의 50%를 추가로 제공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내세웠다. 그러나 나서는 지자체는 한 곳도 없었다. 사월마을 주민은 "이런 식으로 다른 지역에 대체 매립지를 조성한다면 어디다 만든다고 해도 사월마을 같은 문제가 생긴다"면서 "재활용 단지 등의 방안이 없으면 자연적으로 새 매립지 인근에 폐기물 처리업체들이 포집할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환경부는 지난해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2021년까지 폐기물 발생지 책임(처리) 원칙을 확립하기로 했다. 폐기물 관리법을 개정,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지역 간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아예 시·도 경계를 넘는 일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고 '반입 협력금'을 물리는 방향이다. 또 우선 생활 폐기물에만 적용, 훨씬 양이 많은 사업장 폐기물은 제외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업장 폐기물의 경우 처리시설이 없는 지역도 있어 당장 이를 실현하기는 어렵다"면서 "발생지 책임처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폐기물 다량 발생지역(택지개발 등)에 대한 처리시설 설치의무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가 버린 주민들

<2부>방치된 시스템

⑤유해물질, 운에 맡긴다?

⑥두 번 죽이는 조사 결과

⑦이주대책은 언제

⑧회한과 바람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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