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일회용컵 사용 절감 행사 진행했지만
플라스틱 사용 부추겼단 비판… "위장 친환경 행사"
10잔 이상 산 뒤 중고 사이트서 재판매하기도
스타벅스가 친환경을 실천하자는 의미로 진행한 '리유저블컵(다회용컵) 데이' 행사가 뭇매를 맞고 있다. 일회용컵을 줄이자는 행사 취지와 달리, 오히려 불필요한 플라스틱 소비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자는 친환경 운동과 배치돼 위장 환경주의, 이른바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란 비판이 나온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8일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을 기념해 하루 동안 전국 매장에서 제조 음료를 구매할 경우 리유저블컵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리유저블컵을 받기 위해 매장에는 인파가 몰렸다. 음료를 받기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돌 정도로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스타벅스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재택 근무 중에 카페를 찾은 직장인 차모(33)씨는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을 찾았다. 음료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40분 정도. 차씨는 음료가 나왔다는 알림을 받고 매대에 갔지만, 자신이 주문한 음료를 찾기 어려웠다. 음료를 받는 픽업대에 30잔 이상의 음료가 놓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매장 직원에게 '어느 게 내 커피냐'고 물었지만, 매장 직원도 못 찾을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차씨는 "평소와 달리 스타벅스에 사람이 많아 무슨 일인가 싶었다. 대기 번호도 45번이었다"며 "한 번에 열 잔, 열다섯 잔을 사가는 손님도 봤다. 이렇게까지 사 갈 일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선 커피보다 비싸게 팔리기도
스타벅스에 많은 인파가 몰린 건 소비자들이 리유저블컵을 '한정판 굿즈'로 봤기 때문이다. 50주년 기념 굿즈로 나온 컵인데다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소비 심리를 부추겼다. 앞서 8월에 진행한 리유저블컵 행사를 놓친 소비자에게는 소유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특정 음료를 구매한 고객에게만 리유저블컵을 제공했다.
리유저블컵은 스타벅스가 행사를 시작한 직후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왔다. 주로 여러 개의 컵을 받은 소비자들이 올린 것이다. 한정 수량으로 진행한 이벤트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소비자를 노린 것이다. 아이스 음료 컵 두 개가 1만2,000원에 팔렸는데, 이는 스타벅스 커피 음료(아이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4,100원)보다 비싸다.
스타벅스는 플라스틱 컵 이용 절감을 이번 행사의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도리어 플라스틱 사용을 부추기며 환경을 파괴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일부 기업이 실제로는 반(反) 환경적 경영을 하면서 사회적 트렌드가 된 '친환경'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그린워싱 논란으로 번졌다.
잦은 MD 내놓는 스타벅스… 反환경적 기업 비판도
이번에 제공한 리유저블컵을 다회용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스타벅스는 8월에 제공한 리유저블컵과 유사한 재질의 다회용컵을 내놨다. 당시 리유저블컵 구매 설명서에는 '제품 특성상 가급적 20회 이상의 사용을 권장한다'고 적혀 있다.
스타벅스가 텀블러와 머그잔 등 특별기획(MD) 상품을 자주 출시하는 점도 질타의 대상이 됐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김모(30)씨는 "스타벅스가 MD 상품을 너무 자주 만드는 것 같아 환경적 기업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고객 개인 컵과 텀블러를 받지 않는 곳도 있어 리유저블컵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무의미한 행사가 됐다"고 꼬집었다.
온라인에서도 친환경을 거스르는 스타벅스의 경영 방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리꾼들은 "잠깐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컵이 친환경으로 볼 수 있느냐" "컵은 예쁜데 몇 번 못 쓰니 결국 예쁜 쓰레기가 될 것 같다" "굿즈로 유혹해 음료만 많이 팔려는 스타벅스"란 지적이 줄을 이었다.
한편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일회용컵 사용을 중단한다는 계획에 따라 일회용컵 사용 절감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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