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차관회의에서 "연말까지 공공요금 동결"?
물가목표 달성 빨간불 켜지자 인위적으로 가격억제
요금인상 요인 여전해 폭탄 돌리기 지적
전기요금을 시작으로 도시가스·대중교통·상하수도 등 그간 정부·지방자치단체가 눌러온 각종 공과금의 ‘도미노 인상’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연말까지 공공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물가 안정 역할을 해온 공과금의 인상 압력이 폭발 한계점까지 치닫는 동안 강 건너 불구경만 해 오다, 물가안정목표(연간 2.0%) 달성에 경고등이 켜지자 부랴부랴 손쉬운 ‘통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공공기관 부채는 국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국민 부담을 키우는 만큼 당장의 민생경제 어려움만 생각한 공공요금 동결은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제29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어려운 물가 여건을 감안해 이미 결정된 공공요금을 제외한 나머지 공공요금은 연말까지 최대한 동결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도시가스·상하수도·지하철·버스·쓰레기봉투 등 지방공공요금도 지방자치단체와 논의해 올리지 않는 방향으로 조율해 나갈 방침이다.
매주 금요일 열리는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이틀 앞당겨 열고, 특단의 대책까지 내놓은 건 공공요금 인상 압력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장바구니 물가가 급격히 뛴 마당에 공공요금마저 오르면 민생경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처럼 원가연계형 요금제가 도입된 도시가스만 해도 가격 인상 요인이 넘쳐난다.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가격이 지난해 7월 이후 약 70% 치솟았으나,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7월부터 동결돼 왔다.
다른 공공요금 사정도 마찬가지다. 특히 물가 상승과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감소, 국제유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버스·지하철·철도·고속도로 등 통행료 관련 공공요금도 강한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철도요금은 2011년에 오른 뒤 10년간, 고속도로 통행료는 2015년 인상 이후 6년째 동결 중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내내 인플레 우려는 크지 않다는 낙관론만 내세우다, 정작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리자 인상 시기를 놓친 공공요금 억제에 다시 나서고 있다. 국제유가·LNG 요금 등이 연초부터 큰 폭으로 오른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 같은 대처는 공공부문에 큰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연중 최고(2.6%)를 기록하는 등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지만 정부 통제하에 있는 전기·수도·가스의 물가상승률은 0.1%, 공공서비스는 ?0.7%에 그쳤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진작 공공요금 안정화 대책을 내놨어야 했는데 너무 안이했다”며 “그마저도 전기요금은 더 이상 통제가 불가해졌으니 다른 공공요금 인상이라도 막아보자는 식이어서 제대로 된 안정화 방안이라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요금 인상 요인이 여전한 상황에서 인위적 억제책은 폭탄 돌리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원자재 가격 급등 부담을 모두 공공기관 몫으로 돌리면서 공기업 빚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는 약 545조 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보다 약 50조 원이나 불었다. 200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김 교수는 “공공요금 상승분을 정부·공기업·국민이 어느 정도 분담하면서 공기업 구조개혁을 통해 사업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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