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주택 기준 '전용 245㎡와 공시가 9억'
80억 한남더힐?243㎡ 취득세 2억4,000만
26억 트라움하우스2 267㎡는 2억8,600만
면적 차이로 역전... "조세 제도 개선 필요"
80억 원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보다 26억 원에 거래된 아파트에 부과되는 취득세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4억 원이나 차이가 나는데도 취득세 역전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고급주택 기준 때문이다.
현행법상 고급 공동주택은 전용면적 245㎡, 공시가격 9억 원을 동시에 충족하면 취득세가 중과된다. 아무리 비싸도 245㎡ 이하이면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취득세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면적 243.201㎡는 무려 80억 원(1층)에 거래됐다. 초고가인데도 전용면적이 고급주택 기준에 미치지 않아 취득세 본세는 매매가격의 3%인 2억4,000만 원이다. 반면 올해 3월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2' 전용면적 267.08㎡는 26억 원(3층)에 매매됐지만 중과세율 11%가 적용돼 취득세만 2억8,600만 원이다.
비슷한 실거래가인데도 면적에 따라 취득세는 큰 차이를 보였다. 64억5,000만 원에 팔린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2차' 244.32㎡는 중과세 기준 면적인 245㎡를 근소하게 피해 1억9,350만 원이 취득세로 부과됐다. 67억 원에 손바뀜된 성동구 성수동1가 '갤러리아포레' 271.21㎡는 중과세가 적용돼 7억3,700만 원을 취득세로 내야 했다. 매매가는 2억5,000만 원 차이가 났는데 취득세는 5억 원 이상 벌어졌다.
현행 공동주택 중과세 기준은 1975년에 최초로 도입됐다. 당시 입법 취지는 사치, 향락성 재산의 소비를 억제하고 국민의 건전한 소비생활 정착을 도모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면적 기준은 1975년, 금액 기준은 2008년 이후 바뀐 적이 없어 2019년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금액 기준을 기존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면적 기준은 손대지 않고 금액 기준만 높인 탓에 매매가격이 높은 아파트는 면적 차이로 고급 주택에서 제외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에 취득세가 중과되는 조세 불평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박재호 의원은 "감사원에서도 조세 불평등을 지적하고 지방세 제도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기준 금액만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린 게 전부였다"며 "면적 기준을 없애거나, 취득가액이 일정 금액 이상일 경우 고급주택으로 중과세하는 등 기존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면적이 크다고 고급주택으로 분류해 중과세를 적용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과거에 고급주택 기준을 만들었을 당시에는 합리적 기준이었을 테지만 지금은 시장 환경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수준에 맞게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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