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뮤지엄에서 'dreamer, 3:45am' 개막
“꿈을 꿀 수 있다면, 당신은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월트 디즈니의 명언으로 시작하는 이 전시는 꿈에 관한 것이다. 마치 꿈속에 진입하듯, 문구가 적힌 흰색 방을 지나가면 전시가 시작된다. 9월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타워의 롯데뮤지엄에서 개막한 ‘dreamer, 3:45am’의 이야기다.
뮤지션과 현대미술 작가가 협업해 꿈을 주제로 한 총 5개의 공간이 펼쳐진다. 꿈에 관한 각 예술가들의 다양한 상상력이 엿보이는 곳들이다.
‘꿈은 어떤 형태를 하고 있을까’. 김동규, 김성조로 이루어진 아티스트 그룹 패브리커는 중첩된 비정형의 나선 설치물을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꿈의 여정을 표현했다. 어둡고 기울어진 좁은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노란색 배경 위로 여러 겹의 동그라미가 그려진 것 같은 느낌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평면 회화처럼 느껴지는 순간은 잠시, 실제로는 소라 형태의 입체적 설치물임을 알게 된다.
이 방에는 작곡가로 잘 알려진 코드 쿤스트의 음악 ‘통로’와 ‘Flowar’가 흐른다. 통로는 횡단보도에서 녹색등이 꺼지기 전 울리는 ‘뚜뚜뚜뚜’ 신호음처럼, 불안감을 조성하는 반복적인 신호음이 두드러지는 곡이다. 곡 후반부의 단조로운 피아노 음은 그가 꿈을 향했던 첫 발자국, 즉 건반을 처음 사서 눌러봤을 때의 기억을 담고 있다. 꽃(flower)과 전쟁(war)의 합성어인 Flowar는 꿈을 좇는 과정에서의 행복감과 그 과정에서의 책임감을 동시에 다룬다.
두 번째 방은 ‘Chaotic Times(혼돈의 시간)’라고 이름 붙은 곳.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아티스트 그룹 UVA는 빛 줄기를 통해 사색 속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꿈을 연상시키는 작업을 공개했다. 패션 디자이너 겸 DJ 페기 구의 사운드 ‘그린 라이트’는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를 담고자 했다.
꿈을 쉼으로 해석한 듯한 방도 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스튜디오인 사일로랩은 윤슬(햇빛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을 다뤘다. 별이 반짝이는 듯한 효과를 내는 천장과 물소리가 들리는 연못 형식의 설치물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기에 충분하다. 유정민, 신성진으로 구성된 뮤지션 듀오 프랭킨센스의 편안한 음악과 함께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김성필, 박문석으로 구성된 미디어 그룹 스튜디오 아텍은 무의식 속에서 펼쳐지는 꿈에 집중했다. 관객이 직접 꿈의 공간을 느껴볼 수 있도록 스크린을 건드리면 수많은 입자가 움직이도록 작품을 설계했다. 백예린, 자이언티 등의 앨범에 참여했던 뮤지션 윤석철은 피아노 선율을 통해 계획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펼쳐지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었다.
‘범 내려온다’ 음악 속 안무를 맡아 주목을 끌었던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참여한 공간도 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움직임과 농악과 사물놀이를 공부한 임용주의 사운드는 전시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고 있다. 확대된 신체의 반복적 움직임을 통해 막 잠에서 깨어난 우리들의 머릿속 파편들을 표현하고, 그것이 다시 모아지는 과정을 표현함으로써 꿈을 향해 나아가는 움직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전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꾼다'는 문구로 마무리된다. 롯데뮤지엄 측은 "꿈을 그려 나갈 수 있는 영감을 일깨우고,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순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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