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자 출신 나즐라 부덴 롬단 새 총리 임명
총리 해임·의회 정지 2개월 만에...독재 체제 가속화
경제·정치 위기, 코로나19 등으로 반정부시위 거세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을 촉발했던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이 전임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를 정지시킨 지 2개월 만이다. 정작 이번 총리 임명이 독재 체제를 가속화하려는 사이에드 대통령의 여론 잠재우기용 카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나즐라 부덴 롬단(63) 튀니지 국립 공과대학 교수를 새 총리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수단 외교장관과 레바논 국방장관 등 아랍권에서도 여성 고위 관료가 적지 않지만, 아랍권에서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직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이날 롬단 총리와의 면담에서 “튀니지 역사상 여성이 정부를 이끄는 것은 처음이다”며 “새 정부는 부패에 맞서 보건과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롬단 총리에서 새 내각을 구성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날 총리로 임명된 롬단은 튀니지 국립 공과대학 지질학 교수이다. 프랑스 파리국립고등광업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튀니지의 지진위험도 등을 연구해왔다. 한때 교육부에서 세계은행(WB) 관련 프로젝트와 고등교육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한 경력이 있지만 정치 경험은 전무하다. 슬라헤디네 조르치 정치학자는 “정치ㆍ경제적 위기에 놓인 튀니지에서 전문성과 경험이 없는 지질학자가 크고 복잡한 문제를 얼마나 잘 다뤄나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사이에드 대통령도 정치 경험이 전무했던 헌법학자 출신이다.
롬단 총리 임명에 대한 정당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지난 7월 경제 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 등으로 반정부시위가 일어나자,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를 정지시키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지난주 대통령령을 발표하면서 총리의 역할과 권한도 축소했다. 이번 총리 임명도 의회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첫 여성 총리 타이틀은 얻었지만 정치 경험이 없는 총리 임명으로 튀니지 대통령이 독재국가를 꿈꾸고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장관 사미르 딜루도 “’쿠데타’성 긴급조치를 한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한 것 자체가 불법”이라면서 “현재 국가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상황 또한 심각해 새 내각은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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