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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하루 7000보 이상 걷기가 ‘불로초’다

입력
2021.10.04 18: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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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하루 7,000보 이상만 걸어도 건강 장수의 길이 열린다. 게티이미지뱅크

하루 7,000보 이상만 걸어도 건강 장수의 길이 열린다. 게티이미지뱅크


운동은 금연, 절주, 적정 체중 유지, 건강한 식단과 함께 5대 기본 건강 수칙이다. 운동 효과는 다양한 연구로 입증돼 있다. 그중 하나가 미국 하버드대 의대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따르면 40세 성인 기준 1주일에 450분(하루 평균 64분) 운동하면 4.5년을 더 살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하루 5분에서 시작해 운동 시간을 늘릴수록 수명 연장 효과도 함께 늘어나다가 하루 45분을 지나면 증가 폭이 둔화된다는 사실이다. 즉 45분을 운동하나, 55분을 운동하나 효과에 큰 차이는 없다.

한 번에 3~4시간을 몰아서 운동하기보다는 매일 하는 규칙적 운동이 더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운동 종류가 워낙 많아 무엇이 좋다 아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어떤 운동은 비용이 많이 들며, 특별한 기술을 배워야 할 때도 있다.

건강 효과는 충분히 얻으면서도 비용ㆍ시간ㆍ기술 습득 등에서 가장 효율적인 운동이 걷기다. 이렇게 말하면 “걷기가 숨이 턱턱 차는 운동만큼 효과가 있을까요”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 미국의사협회지에 실린 매사추세츠대 등 공동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38~50세 남녀 2,1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하루 7,000보 이상 걸은 사람들이 7,000보 미만으로 걸은 사람들보다 사망률이 50~7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6,000~7,000보 걸을 때의 사망 위험도를 1로 할 때 걸음걸이가 늘수록 점점 낮아져 1만 보 수준일 때 최저점을 기록한 뒤 그 이후에는 약간씩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래프는 전체적으로 완만한 U자 모양이었다.

얼마나 빨리 걷는가를 나타내는 걷기의 ‘강도’에서는 빨리 걸으나 천천히 걸으나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은 큰 차이가 없었다. 걷기에서 중요한 것은 ‘걸음걸이 숫자’, 즉 ‘몸을 움직이는 숫자’이지, ‘걷는 속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연구들은 이 밖에도 많다.

이번에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된 논문이나 하버드대 의대 연구의 공통점은 건강을 위해 규칙적으로 하루 30분 이상 몸을 움직이라는 것이다. 움직임은 운동(exercise)이건 걷기(step)건 상관이 없다.

미국 성인의 하루 평균 걸음걸이는 4,000보 정도로 보고돼 있다. 스마트폰으로 측정된 일부 한국인의 하루 평균 걷기는 4,700여 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연령, 성별 등을 고려하지 않은 평균이라 실제로는 하루 3,000보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봐야 한다.

필자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학회를 마친 뒤 귀국 비행기로 인천국제공항에 와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걸음걸이를 측정한 적이 있는데 2,500보에 불과했을 정도로 걷는 양이 적었다. 현대 도시인들은 하루 7,000보 이상 걷기를 실천하기가 어려우며, 목표를 달성하려면 작심하고 걸어야 한다.

이번 연구는 매일 일정한 거리 이상 걷기만 해도 사망률을 확실히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몸에 좋다는 음식을 살펴봐도 걷기만큼 뚜렷이 사망률을 줄이는 것은 찾을 수 없다. 건강 장수를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걸어야 한다. 하루 7,000보 이상 걷기는 ‘불로초’다. 마침 걷기에 좋은 계절이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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