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방역당국이 두 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돌파감염과 미접종자다.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방역을 조금씩 완화하면 돌파감염이 점점 늘 테고, 그에 따라 미접종자의 감염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미접종자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 돌파감염도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11월 초 위드 코로나를 못 박은 만큼 대응책이 시급하다.
"젊은 돌파감염은 재택치료로"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경기 연천군의 한 군부대에서 지난 1일부터 전날 오후까지 46명이 코로나19로 확진됐는데, 그중 34명이 돌파감염이다. 백신을 두 차례 다 맞고도 코로나19에 걸린 것이다. 34명 중 31명은 1, 2차 모두 화이자 백신을 맞았고, 3명은 1차 아스트라제네카, 2차 화이자를 교차접종했다. 나머지 12명은 화이자 백신을 한 번만 맞았거나 두 번 맞은 뒤 14일이 지나지 않은 불완전 접종자다.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은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밝힌 국내 돌파감염 발생률은 약 0.04%다. 연령별로는 30대가 0.11%의 발생률을 보여 가장 많았다. 사실 돌파감염은 어느 백신에서나 나타난다. 예를 들어 독감 백신을 맞았는데 독감에 걸리기도 한다. 다만 백신을 맞지 않았을 때보다 덜 앓고 지나갈 수 있다.
현재 돌파감염자는 다른 확진자들처럼 생활치료센터나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이송된다. 위드 코로나 이후 방역이 느슨해져 돌파감염이 늘면 의료 체계의 부담이 커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일반 감염과 돌파감염을 달리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젊은 돌파감염자의 경우 중증화율, 치명률이 낮은 만큼 재택치료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접종 예약 안 한 530만 명, 이유가 뭘까
돌파감염이 늘면 백신을 안 맞은 사람들의 감염 위험이 커진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는 약 583만 명. 이 가운데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103만여 명이다. 지난 5월부터 8월 사이 미접종자의 치명률은 0.4%로 집계됐다. 접종완료자(0.14%)보다 3배가량 높다.
방역당국이 이들에게 접종 기회를 다시 한번 줬지만, 사전예약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까지 예약률은 8.9%로 52만여 명이 참여하는 데 그쳤다. 당국은 오는 18일부턴 미접종자가 예약 없이 의료기관을 방문해도 백신이 남아 있다면 당일 바로 접종할 수 있게 해줄 예정이다. 예약률이 기대보다 저조하자 내놓은 고육책이다.
문제는 이들이 백신을 안 맞는 건지, 못 맞는 건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상반응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스스로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건강상태 등 여러 이유로 맞고 싶어도 못 맞는 사람 역시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먼저 미접종 이유를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를 모른 채 접종완료자에게만 혜택을 주면 차별 논란을 부를 수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정부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사람들이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접종완료 기준도 다시 고민해야"
대다수 1차 접종자는 2차를 맞고 접종완료자가 된다. 하지만 1차를 맞고도 해외출국 물리적 사정, 건강 상태, 1차 접종 때 이상반응 확인 등 여러 이유로 2차 접종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접종 완료에 대한 기준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회 접종 후 충분한 항체가 형성됐다면 2회를 맞지 않아도 접종완료로 인정해주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2회 맞아도 돌파감염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불완전 접종자도 보호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돌파감염과 미접종자 문제가 남아 있는 한 접종완료 혜택 중심의 '백신 패스' 도입은 단계별로 밟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 교수는 "백신 인센티브 정책을 유지하다가 모든 국민에게 공평한 접종 기회를 줬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백신 패스로 넘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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