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현대사를 많이 가르치면 학생들이 민주시민이 될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현대사를 많이 가르치면 학생들이 민주시민이 될까?

입력
2021.10.04 14:45
22면
0 0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자조적 농담에는 인문학이 현실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초·중·고교에서 이뤄지는 역사교육 역시 이러한 비판에 직면했다. 국가의 개입 시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역사교육의 목표를 학생을 민주시민으로 길러내는 것에 두는 민주시민교육 담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문송하다’는 비판은 현재진행형이다. 역사교육은 왜 제자리를 찾지 못할까?



최근 발행된 계간지 역사비평 가을호에는 대안을 모색하는 글들이 실렸다. 김아람 한림대 글로컬융합인문학전공 조교수는 ‘한국 현대사를 많이 알면 민주시민이 될 수 있는가’라는 글에서 현재 초·중·고교에서 이뤄지는 현대사 교육이 보이는 한계를 지적한다. 민주시민을 길러내자면서도 아직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중심의 발전사를 가르치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마저 정치사에 대부분의 공간을 할애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오만 가지 이유로 싸우고 화해하고 공존하는 이야기는 뒷전이다. 현대사를 이렇게 배워서 학생이 민주시민이 될까? 지금의 교육과정이 학생들에게 사회를 복합적으로 이해할 힘을 길러줄 수 있을까? 김아람 교수의 글이 던지는 질문이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국가 체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이에 입각한 평화통일 정책을 부정왜곡 비방하는 내용이 있는가가 검정기준의 첫 번째 원칙이며 민주시민교육 논의조차 필요성을 주장하는 핵심 근거를 헌법에 두고 있다’고 꼬집는다. 헌법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현대사의 핵심구조로 삼는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이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국가의 한계까지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기르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단적으로 현재의 교육과정은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의 의미를 ‘민주화’ ‘반독재’로 도식화한다. 당대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관심 밖이다. 김아람은 “특히 4·19의 경우엔 대학생과 사회적 하층민의 요구가 달랐다”면서 “대학생들이 시위에 비판적 입장을 보인 부분도 있었고 대학생들은 이승만 하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하층민들은 사회 경제적인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대한민국을 도왔던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이 지난 8월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김아람은 초·중·고교 현대사에서 가르쳐야 할 다양한 정체성과 사회 현상 가운데 하나로 난민을 꼽았다. 해외는 물론 국내 개발과정에서 만들어졌던 이주민도 난민과 유사한 성격을 보이며 학생들의 인식의 지평을 넓히려면 그런 것들 또한 현대사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뉴시스

아프가니스탄에서 대한민국을 도왔던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이 지난 8월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김아람은 초·중·고교 현대사에서 가르쳐야 할 다양한 정체성과 사회 현상 가운데 하나로 난민을 꼽았다. 해외는 물론 국내 개발과정에서 만들어졌던 이주민도 난민과 유사한 성격을 보이며 학생들의 인식의 지평을 넓히려면 그런 것들 또한 현대사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뉴시스


결론적으로 현재의 교육과정으로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했고 지금도 다양하며 그래서 갈등과 화합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가르치기가 어렵다. 당장 장애인과 양심적 병역거부자, 성소수자를 기술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9종 가운데 1종뿐이다. 김 교수는 “그마저 현재는 몇 줄로 언급하는 수준”이라면서 “민주시민교육은 평화나 인권, 다문화 등 다양한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데 현재 현대사의 내용은 국가를 중심으로 좁게 구성됐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대사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그는 정치사 중심의 서술을 벗어나야 다양한 사회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적으로는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도 초점을 둬야 한다. 1987년 이후로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도 합의가 필요하다.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에서 제외해 교사들에게 암기식 수업을 벗어날 공간을 만들어주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국민을 기르는 교육이라도 잘해야 하지 않느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 그는 “이제까지 그렇게 국민교육을 해왔는데 효과가 있었다면 학생들이 미래를 찾아야 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문송하다’는 말이 농담으로 쓰이는 현실에 대해서 “현재의 교육에서는 인간의 삶, 그러니까 나의 삶과 이웃과 공동체에 대해 생각할 시간과 기회조차 없다는 게 문제”라면서 “역사교육의 관점에서는 이제까지 우리가 성취하는 역사로서의 현대사를 구성해왔는데 그 성취와 발전이 많은 사람에게 공감이 될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부분도 너무나 많다. 성취가 강조되면 될수록 우리가 반성해야 할 것들을 말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