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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공연장, 마스크만 쓰면 식당·카페보다 안전... 정부 조치 과학적 근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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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공연장, 마스크만 쓰면 식당·카페보다 안전... 정부 조치 과학적 근거 없어"

입력
2021.10.2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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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위드 코로나 시대 방역 대책과 미래 전략' 세미나 열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 "대중음악 공연 전향적으로 바라봐야"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야외에서 하는 공연은 아무리 해도 상관 없습니다. 대형 실내 시설도 환기 상태가 양호하다면 마스크 벗고 음식을 먹고 마시는 식당이나 카페보다 당연히 더 안전하죠. 등록 공연장으로 허가받지 못한 곳이라서 (대중음악 콘서트를) 못 하게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규제를 풀 거면 같이 풀어줘야지 한 쪽(대중음악 콘서트)만 연장하는 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조치입니다."

정기석 한림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2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다목적홀 숲에서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 주최로 열린 '위드 코로나 시대 방역 대책과 미래 전략'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정 교수를 비롯해 김형일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대표, 이종현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회장이 발제자로 나서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대 대중음악 콘서트장의 방역 대책과 미래 전략을 논의했다.

"마스크만 쓰고 있다면 야외 공연장이든 실내 공연장이든 문제 없어"

정 교수는 "대중음악 공연을 전향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마스크는 어떤 백신보다 가장 강력한 무기이니 마스크만 철저히 끼고 있다면 공연장에 하루 종일 있어도 병에 걸릴까 봐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방역) 상태가 좋을 때뿐 아니라 나쁠 때도 야외 공연을 차단할 과학적 근거는 없다"면서 "마스크를 벗는다든지 취식하는 것이 문제이지 야외 공연 자체만 놓고 보면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매일 수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지하철을 타도 괜찮은 이유는 마스크"라면서 "환기만 열심히 한다면 비말이 공기 중에 있어도 마스크로 인해 감염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같은 논리로 공연장에서도 웬만큼 거리가 있는 상황에선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면 문제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25일 발표한 '위드 코로나 로드맵'에 따르면 확진자 폭증 등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일상 회복은 1단계 11월1일, 2단계 12월13일, 3단계 2022년 1월24일에 걸쳐 이뤄진다. 1단계 기간 ‘대규모 행사’ 허용 인원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나 음성 확인자만 입장할 경우 최대 499명이다. 이를 초과할 경우 문체부와 지자체 승인을 받아야 공연을 열 수 있다. 대중음악 콘서트가 이에 해당한다. 2단계에서는 인원 제한이 사라진다. 백신 미접종자를 포함할 경우 1단계와 2단계 모두 최대 입장 가능 인원은 99명이다. 스포츠 경기장은 11월1일부터 50%까지 좌석을 채울 수 있고, 접종자 전용구역에서는 좌석 100% 이용과 취식이 가능하다.

대중음악계는 500명이라는 인원 제한이 대중음악 콘서트 업계 현실에 맞지 않고, 뮤지컬이나 연극, 클래식 등 다른 공연 장르나 스포츠 경기와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반발한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 가까이 이어지는 동안 대중음악 공연장에선 집단 감염 사태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유독 대중음악 콘서트에만 정부가 까다롭게 규제한다는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정 교수도 스포츠 경기와의 차별에 대해 "당연히 차이가 없다"며 "공연장만 특별한 방역지침을 시행할 근거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2년이 다 돼 가는데 수많은 연구기관에 의뢰하면 밀접도, 밀집도, 밀폐도, 환기수준, 체류시간 등의 요소를 고려해 정확하고 표준화된 표준운영절차(SOP·Standard Operation Procedure)를 만들 수 있는데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의 방역 대책은) 원칙이 없다"고 꼬집었다. "방역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에게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도 했다.

"스포츠 경기도 제한 풀어주는데 왜 대중음악 콘서트만 계속 규제하나"

세미나 발제자로 나선 김형일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대표는 정부가 대중음악 공연 산업에 무관심하다는 점을 토로했다.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선 정부와 업계가 지난해부터 실내와 야외 공연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테스트 공연을 해온 결과 최근 들어 속속 대규모 공연을 열 수 있게 된 반면 국내에선 정부가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종현 음공협 회장은 "등록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500명 이상의 관객을 받아 공연할 경우 문체부, 지자체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정부가 대중음악 공연에 왜곡된 시선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다중이용시설인 테마파크, 워터파크, 백화점, 대형마트 등과 달리 대중음악 공연만큼은 왜 그렇게 제한하는지 언짢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떼창'을 우려하더니 떼창을 하지 않는 게 확인되니 아티스트를 부각시켜 화제를 일으키고 그걸 다시 언론이 부각시켜 불안감을 키운다"며 "아티스트 이름이 부각돼 민원이 들어오면 화살이 돌아오는 부담을 견디지 못해 규정 상으로는 가능하지만 공연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대중음악 콘서트는 오랜 기간 준비해 6개월에 하나, 1년에 하나 하는데 임시적인 판단에 의해 하지 못하게 하면 6개월이 부정되고 1년이 부정되는 것"이라면서 "정부나 지자체가 쉽게 판단을 내리면서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지라고 하는 건 부당하다"고도 했다.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음악 콘서트 티켓 매출액은 533억원으로 2019년 대비 85% 줄었고, 올해 1~8월 매출 역시 2019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적절한 보상 없이 대중음악 콘서트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이어지자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매니지먼트연합, 대한가수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등 7개 단체는 25일 대중음악 산업군에 대한 규제 완화를 호소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형평성 있는 지침 완화를 정부 기관에 요청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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