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온도와 촉각 수용체를 발견한 데이비드 줄리어스(66)와 아르뎀 파타푸티안(54) 등 두 명의 미국인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4일 “데이비드 줄리어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 생리학과 교수와 아르뎀 파타푸티안 캘리포니아 라오야의 스크립스연구소 교수를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열ㆍ추위ㆍ촉각 등을 감지하는 능력은 생존에 필수적이지만 이런 감각을 당연히 여겼다”며 “이들의 획기적인 발견으로 인체 신경계가 어떻게 열ㆍ추위ㆍ기계적 자극을 감지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는 이어 “이들이 발견한 것을 토대로 만성 통증을 포함한 광범위한 질병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생리학자인 줄리어스 교수는 1990년 후반부터 통증ㆍ온도ㆍ접촉에 반응할 수 있는 감각 뉴런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를 연구했다. 그는 열에 반응하는 피부의 신경 말단에 있는 수용체를 확인하기 위해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유기 질소 화합물인 캡사이신을 이용해 ‘캡사이신 수용체’로 불리는 통증 수용체(‘TRPV1’)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통증 수용체가 열에 반응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캡사이신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 TRPV1이 통증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
분자생물학자인 파타푸티안 교수는 이후 후속 연구를 통해 압력에 민감한 세포를 사용해 꼬집거나 만지거나 하는 기계적인 자극에 반응하는 새로운 촉각 수용체 센서(‘Piezo1’)를 발견했다.
김광국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줄리어스 교수의 연구 성과로 TRPV1의 이동 통로를 차단해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CRPS) 같은 희소 통증 질환에서 일반 통증 질환까지 통증 치료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김신형 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줄리어스 교수의 발견은 새로운 촉각 분자 구조 규명에 그치지 않고 난치성 만성 통증과 신경병성 통증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야를 제시하고, 새로운 통증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고 했다.
줄리어스 교수는 미국 뉴욕 출생으로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뒤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캠퍼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파타푸티안 교수는 레바논계 미국인으로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매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던 노벨상 시상식은 올해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온라인으로 대체된다. 수상자에겐 상금 1,000만 크로나(13억5,000만 원)가 지급된다.
노벨상은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5일 물리학상, 6일 화학상, 7일 문학상, 8일 평화상, 11일 경제학상이 차례로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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