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요르단 국왕 등 "불법성 없다"며 의혹 부인
조세 회피 불법 아닌 경우 대다수라 처벌 곤란
5년 전 유사 사건 때에도 처벌 사례는 소수 그쳐
세계 각국 전·현직 정치 지도자와 재벌 등의 탈세 의혹을 폭로한 '판도라 페이퍼스'에 등장하는 당사자들은 "불법성이 전혀 없다"며 한목소리로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향후 각국 사법당국의 수사 및 재판으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는 없는데, 실제 도덕성 논란과는 별개로 법적 책임을 묻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5년 전 유사한 내용의 '파나마 페이퍼스'가 공개됐을 때에도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았던 탓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관련된 이 문건 내용에 대해 "실체 없는 정보"라고 선을 그었다. 푸틴은 연인의 이름으로 모나코의 고급 주택을 매입하는 등 그동안 은닉 재산을 갖고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1억 달러(약 1,180억 원) 이상을 영국과 미국 내 부동산 매입에 썼다고 지목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도 "특이하지도, 부적절하지도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전·현직 주요 정치인 336명과 기업가 등 유명 인사들의 자금세탁, 조세회피 의혹을 담은 판도라 페이퍼스를 공개하면서 전 세계에 일으킨 파장에 비하면 간소한 답변들이다.
현재로선 이들의 조세회피 관련 불법성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 지난 2016년 비슷한 문건인 '파나마 페이퍼스'가 공개된 후, 70여 곳의 나라에서 총 150건 이상의 조사가 이뤄졌으나 지금까지 처벌 사례는 극소수다. 조세피난처 활용 수법이 도덕적 질타를 받을지언정, 대부분은 '불법'으로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파나마 페이퍼스와 관련한 수사로 사법처리까지 받은 사례는 그나마 나와즈 샤리프 전 파키스탄 총리가 대표적이다. 샤리프 전 총리는 부패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부정부패에는 강력한 대응을 취하는 것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에선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당시 총리가 비난 여론에 휩싸이자 결국 사퇴하기도 했다.
이후 조세회피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유럽연합(EU)에서는 금융비밀주의가 사실상 폐지됐고, 국가 간 탈세 계획 정보 교환도 가능해졌다. 올해 7월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국적 대기업의 조세피난처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 규정' 합의도 이뤄졌다. 하지만 G20 합의는 아직 미국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와 같은 부유한 개인을 규제할 방법도 없어 여전히 빠져나갈 구멍은 많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도 세금 회피를 단속하는 데에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마르쿠스 퍼버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재무장관들이 너무 많은 걸 고려하고 있어 조세피난처 규제 목록이 '종이호랑이'로 남았다"며 "강력한 제재를 하지 않으면 이런 조세회피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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