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맞으면 이게(중국 백신이) 괜찮다는 것으로 잘못 인식될 수 있다는 고민을 했다.”
지난 6일 주중대사관 국회 국정감사. 장하성 대사가 “일주일 전 중국산 시노팜 백신을 맞았다”며 그간 백신 접종을 미뤄온 배경을 설명했다. 실시간으로 지켜보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국내에서는 비판여론이 비등하지만 어쨌든 세계보건기구(WHO) 승인을 받은 백신이다. 중국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많은 교민들은 좋든 싫든 진즉 접종을 마쳤다. 2주 격리를 면제받으려 울며 겨자먹기로 귀국에 앞서 접종소를 찾기도 한다.
장 대사가 저간의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대놓고 중국 백신의 안전성을 문제 삼았다. 중국지역 다른 재외공관장들과 달리 장 대사는 줄곧 백신을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유를 밝히지 않아 억측이 난무하던 차에 해명에 나섰다가 논란만 키웠다.
장 대사는 두 가지를 착각했다. 그가 국감에서 강조했듯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 위험과 편익을 고려해 각자 판단할 일이다. 하물며 대사의 접종 여부가 영향을 미칠 리 만무하다. 장 대사 논리대로라면 대부분 교민들이 머뭇거리던 지난 4월 앞장서 백신 접종 장면을 공개한 상하이총영사는 대중 선동가인지 되묻고 싶다.
대체 무엇이 “잘못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백신 효능을 판정하는 건 과학의 영역이다. 특정 백신이 괜찮은지 아닌지를 장 대사가 지레짐작하다간 자칫 심각한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이 실제 백신을 맞았는지 알 수 없지만 중국의 접종 완료 비율은 이미 70%를 훌쩍 넘어섰다. 대사 본연의 업무를 벗어나 굳이 시빗거리를 만들 필요가 없다.
중국은 2014년 7월 이후 중단된 시 주석 방한에 대해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라는 조건만 입버릇처럼 내걸고 있다. 확진자 증가세가 버거워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려는 한국의 고민을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없다. 정상외교의 상호주의는 깨졌다. 양국이 협력의 성과로 앞세운 방역에 대한 관점마저 간극이 크다. 장 대사가 한가하게 본인의 백신 접종을 고민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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