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도 큰 사랑... 신 PD 서면 인터뷰
'응답하라'와 '슬기로운' 시리즈로 tvN 드라마 전성시대를 이끈 신원호 PD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의 인기 비결로 '내적 친밀감'을 첫손에 꼽았다. "익히 아는 캐릭터, 익히 아는 관계, 익히 아는 이야기에 대한 거리감이 많이 좁혀졌던 게 가장 큰 인기 요인이 아니었을까요."
7일 서면으로 만난 신 PD는 "시즌1 이후 10개월 가까운 공백이 있었음에도 시즌2 첫 촬영 땐 거짓말같이 어제 찍다가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스태프와 배우들 간에도 내적 친밀감이 두텁게 쌓이다 보니 훨씬 더 촘촘한 케미스트리로 이어질 수 있었고, 그 모든 과정 자체가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첫선을 보인 '슬의생'은 이익준(조정석), 안정원(유연석), 김준완(정경호), 양석형(김대명), 채송화(전미도) 등 20년지기 의사 5인방의 평범한 듯 특별한 매일매일을 담은 드라마다. 시즌2로 지난달 1년 6개월여 대장정을 마무리하기까지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착한 드라마 VS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
시즌을 거듭하며 차곡차곡 쌓아온 캐릭터와 그의 장기인 디테일한 연출을 기반으로 율제병원 안의 소소한 사람 이야기를 펼쳐온 '슬의생'은 이른바 빌런(악당) 없는 '착한 드라마'로 호평받았다. 동시에 '좋은 사람들'로만 이뤄진 '슬의생'의 안온한 세계가 현실과 사뭇 동떨어진 판타지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신 PD는 "좋은 마음을 가진 저 사람들 사이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이야기를 만들려 한다. 그걸 판타지라고 불러도 좋다"며 "의사란 직업을 미화하려는 건 결코 아니었고 좋은 마음을 가진 직업인들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사실 공유 같은 '도깨비'도 없고, 박보검 같은 '남자친구'도 없어요. 어차피 모든 드라마가 판타지라면 좋은 사람들의 세상은 그나마 더 현실에 가까운 판타지 아닐까 싶어요. 보다 자극적이고, 보다 쇼킹하고, 보다 어마어마한 이야기들의 틈바구니 속에 이런 착한 판타지 하나쯤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송화에게 여자친구들이 있었다면... 납작한 여성 캐릭터는 한계
문제는 '누구의 판타지냐'는 지점일 것이다. '슬의생'의 세계가 평화롭고 안전하게 느껴지는 건 기존 질서를 위협하지 않기 때문이다. '휴머니즘', '사람 냄새' 등 수식을 '슬의생' 앞에 붙이기가 망설여지는 이유다. 이를테면 20대 여성 레지던트와 40대 남자 교수의 연애라는 구도는 중년 남성의 판타지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뼈대인 '남편 찾기' 설정부터 '슬의생'의 송화까지, 여성 캐릭터는 남성의 연애 상대가 아니라면 등장할 이유가 없어보인다는 것 역시 아쉽다. 송화에게 여자친구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처럼 전작에서부터 누적되어온 여성 캐릭터를 얕고, 좁게 재현한다는 비판에 대해 신 PD는 "가장 주의하는 부분 중 하나가 그 어떤 편향성도 비쳐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라며 "가능하면 평균적인 사람들이 느끼는 정서의 가운데에 있으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이어 "누군가 불편해하거나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꺼리들은 최대한 넣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몇 번이고 점검하고, 주변 의견을 많이 듣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시즌3 "아무 계획 없다"
'슬의생'은 주 1회 편성과 드라마 시즌제 등 새로운 시청 패턴을 개척한 것으로도 주목받았다. KBS 예능 PD 출신 경험을 십분 살려 만든 '슬의생'의 스핀오프 웹예능 '슬기로운 캠핑생활'과 미공개 장면을 담은 '하드털이'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신 PD는 "현장의 피로가 줄어드니 그 여유가 다시 현장의 효율로 돌아왔다"며 "주 2회 드라마는 다시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시즌3 계획에 대해서는 "할 얘기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면서도 "나중에 어떤 우연한 계기로 시즌3가 탄생할 수는 있겠으나 지금으로서는 정말 아무 계획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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