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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염이라더니 고환암 사망... 10년간 '군 의료사고 소송'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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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환염이라더니 고환암 사망... 10년간 '군 의료사고 소송' 보니

입력
2021.10.08 04:30
수정
2021.10.08 07: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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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소송 17건·군 배상액 8억?
민주당 기동민 의원 분석
"군 당국, 의료사고 실태도 파악 못 해"

서욱(왼쪽) 국방부 장관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관계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욱(왼쪽) 국방부 장관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관계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1. 고(故) A씨는 19세였던 2017년 육군 전방부대에 입대했다. 시력 때문에 신체검사에서 2급 판정을 받았으나, 그는 '건강한' 청년이었다. 입대 4개월 만에 A씨는 낭심에 통증을 느꼈다. 국군병원 진료에서 군의관은 고환염 진단을 내렸고, 항생제 등을 처방했다. A씨는 3개월 뒤 두통과 인후통을 호소했다. 응급진료 결과 비인두염이라고 했다.

어째서인지, A씨 건강은 자꾸 나빠졌다. 몸살 증세와 설사가 계속됐고, 왼쪽 허벅지가 자주 아팠다. A씨는 복무 기간 7번이나 진료를 받았으나, 군의관들은 감기나 위장염, 근육통이라고 진단했다.

A씨는 2019년 1월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허리는 계속 아파서 찾아간 민간 병원에서 진짜 병명을 알 수 있었다. 고환암 말기. 치료할 '골든 타임'을 한참 놓친 뒤였다. 뒤늦게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그해 9월 숨을 거뒀다. 겨우 21세 때였다. A씨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2. B씨는 2016년 군 복무 중 뇌출혈로 사망했다. 역시 의료 사고였다. 그는 체력 검정에서 '특급'을 받을 정도로 건강했다. 같은 해 3월 사랑니를 빼고 나서 전신 통증과 구토 증세를 보였다. 등과 어깨엔 커다란 멍이 들었다. 급성 백혈병 증상이었다. 군 병원은 그러나 급성 두드러기 증세라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B씨는 민간 병원에 가서야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며칠 만에 숨을 거뒀다.

#3. 2010년 건강한 모습으로 군에 입대한 C씨. 가족이 다시 만난 그는 사지마비 환자가 돼 있었다. 군 복무 중 그는 자주 메스꺼움을 느꼈다. 체중이 40㎏이나 빠졌다. 군 병원은 항우울증제를 처방했다. 첫 번째 군 진료 이후 2개월 만에 민간 병원은 전혀 다른 진단을 내렸다. 결핵성 뇌수막염. 치료가 늦은 탓에 그는 회복하지 못했다. C씨는 소송을 냈고, 2016년 법원은 국가가 4,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의료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국방부가 수차례 공언했음에도 이처럼 황당한 군 의료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공개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군 의료사고로 정부에 청구된 소송은 17건에 달했다. 국방부의 과실·책임이 인정돼 피해자에 지급한 피해보상액이 7억6,500만 원에 이른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가는 것이 극도로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군 병원의 부실 진료로 인한 피해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군 병원의 과실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군 당국이 장병을 제대로 지원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국군의무사령부에는 장병 의료사고 관련 시스템 자체가 없다.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국방부는 군 병원 내 의료사고와 과실 발생건수도 파악할 수 없다고 기 의원은 지적했다. 군 내 의료사고 실태 조사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 의원은 "예산 투입과 시스템 정비를 통해 군 의료사고를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만에 하나 의료사고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피해자를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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