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변희수 하사 강제전역 부당 판결
육군 항소 포기하면 변 하사 '순직' 인정
군, 연내 트랜스젠더 군복무 연구 착수
군이 성(性)소수자인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군복무를 허용할지 말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법원이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변희수 전 하사에 대한 육군의 전역 처분은 잘못됐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당국이 성소수자의 군복무 문제를 너무 가볍게 다뤘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군은 이제라도 관련 정책 검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전지법은 이날 변 전 하사가 생전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심신장애 등의 이유로 전역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군 당국은 판결 결과에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육군이 변 전 하사의 전역 조치는 관련 법규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진, 적법한 행정처분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온 탓이다. 국방부는 이날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 육군과 함께 종합적으로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짧은 입장만 내놨다. 항소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육군이 항소를 포기하면 변 전 하사는 복직과 동시에 순직 처리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2015년 ‘군인사법시행령’을 개정해 공무나 부대적 요인으로 자해 사망한 복무자의 순직을 인정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군 관계자는 “변 전 하사의 경우 극단적 선택의 귀책 사유가 군에 있다고 판단되면 순직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애초에 군의 군복무 부적격 결정 자체가 성급했다고 지적한다. 육군은 지난해 1월 변 전 하사의 의무 조사를 실시한 뒤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렸다. 규정을 따르긴 했으나, 당시 일부 시민단체들은 성전환과 군복무에 필요한 건강 상태의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12월 “육군이 명확한 법률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성전환 수술을 심신장애 요건으로 해석했다”면서 전역 처분이 부당하다고 봤다.
실제 유럽과 호주, 이스라엘 등 세계 20개국에서는 트랜스젠더들의 군복무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올해 1월 취임 직후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금지한 트랜스젠더들의 군복무를 다시 허락하고, 성전환 의료지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군 관계자는 “동맹인 미군에서는 트랜스젠더 장병이 합동 훈련에 나오는데, 한국군은 그를 건강하지 않은 군인으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육군의 항소 여부를 떠나 이번 1심 판결은 트랜스젠더의 군복무 보장 연구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방부는 연내 이들의 군복무가 가능한지, 정책적 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기관에 연구 용역을 의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앞서 3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트랜스젠더의 군복무와 성전환수술 비용 지원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없지만 해야 한다”며 필요성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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