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이재명 대세론'에도 여론조사 20%대 정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내년 3월 9일 20대 대선까지 이르는 길목 도처에는 암초들이 널려 있다. 무엇보다 대선정국의 '블랙홀'인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한 의혹들을 말끔히 털어내야 한다. 대장동 리스크는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국민·일반당원이 참여한 민주당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후보가 28.30% 득표율에 그친 것은 대선 본선 가도가 험로임을 보여준 결정적 장면이다.
돌발 악재까지 발생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선출 직후 당 선관위에 중도사퇴 후보들의 무효표 처리에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초유의 '경선 불복' 선언으로 이 전 대표 측과의 화학적 결합은 이미 물 건너 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정권교체론이 다수인 여론 지형 속에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2030대 여성들의 비호감 극복 등도 향후 5개월간 해결해야 할 과제다.
①대장동 여파에 '당심·민심' 괴리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대장동 의혹이다. 이 후보는 그간 당 안팎의 의혹 제기에 '초강경 노선'을 취해왔다. 대장동 의혹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과 보수언론을 향해 '마귀', '도둑'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대장동 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사업"이라며 오히려 "칭찬받아야 할 성과"라고 반격했다. 야권의 총공세에 맞서 여권 대선주자를 지켜야 한다는 프레임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은 경선 중반까지는 주효한 듯했다. 그러나 경선 막판 대세론을 앞세워 압승을 거두겠다는 기대와 달리 본선 직행에 턱걸이하면서 이제는 '전략 수정'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을 대하는 방식은 중도 확장이 절실한 본선에서는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일반 국민들의 의사가 다수 반영된 3차 선거인단(24만8,880명 투표) 중 28.30%만이 이 후보에게 표를 준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반면 이 전 대표가 62.37%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이 전 대표가 대장동 의혹에 휘말린 이 후보를 '불안한 후보'라고 비판해온 주장에 민심이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심과 민심 간 괴리가 선명해진 것은 대장동 의혹을 바라보는 중도층을 포함한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들은 특정 개인이 수천억 원대 이익을 나눠가진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며 "이 후보가 본선에서는 보다 세밀한 대응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익명의 여론조사 전문가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층은 '대장동 사업은 성과로 칭찬받아야 한다' '유동규는 내 측근이 아니다'와 같은 이 후보의 메시지에 공감하지 않고 있다"며 "사안의 폭발성과 여권의 민심과 괴리된 대응 등도 '조국 사태' 당시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구속 이후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검찰 수사도 부담이다. 만약 검찰 수사에서 이 후보의 연관성이 밝혀지거나 연루 정황이 드러난다면 '이재명 책임론'은 물론 '이재명 사퇴론'까지 비화할 수 있다. 이 후보가 직접 연관돼 있지 않더라도 의혹 자체가 부동산 민심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대선 국면에 미치는 폭발성이 큰 사안인 탓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검찰 수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데, 이 후보가 초강경 모드로 대응하면서 본선 리스크가 훨씬 커졌다"고 했다.
②초유의 경선 불복에 '원팀 구성' 난망
이 전 대표 측이 중도사퇴한 후보들의 무효표 처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대선 본선에 앞서 ‘화학적 결합’은 더욱 멀어졌다. 이 전 대표 대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지난 7일 이 후보의 '구속 가능성'을 언급했고, 일부 지지자들도 '후보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양측 간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이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전 대표 지지층은 검찰 수사에서 이 지사가 연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최종 입증될 때까지는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로써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를 경쟁자였던 손학규 후보 등이 적극 돕지 않았던 전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 수사 추이에 따라서는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현 민주당) 대선후보를 둘러싼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본선을 겨냥한 '원팀 구성'도 난망하다. 이 후보 측은 2017년 19대 대선에서 비(非)문재인·호남 출신 인사들을 등용한 문재인 후보의 '용광로 선대위'의 전례를 따라 경쟁 후보 캠프 인사들을 적극 포용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이마저 당분간 어렵게 됐다. 이 후보 주변에서는 이해찬 전 대표,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원조 친노무현·친문재인계 인사들에게 당 전체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③비호감 극복으로 지지율 박스권 탈출
정권교체론이 높은 여론 지형과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도 고민거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론이 정권유지론보다 꾸준히 앞서는 만큼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7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 당선'(52%)을 바라는 응답은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 당선'(35%)보다 많았다.
이 후보 입장에서는 중도층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부동산 정책 등에서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다만 임기 말에도 30%대 중반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섣불리 나섰다가는 친문 지지층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우호적인 2030대 여성의 비토 정서도 극복해야 한다. 이 후보를 줄곧 따라다니는 '여배우 스캔들'과 '형수 욕설' 논란, 시정·도정에서 성과 달성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업무 스타일 등은 비호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후보 앞에 놓인 과제들은 민주당 경선에서 광주·전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압승을 거뒀음에도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를 누리지 못한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이재명 대세론'은 당내에선 공고했으나 일반 여론조사에서 20%대 박스권에 갇혀 있는 것은 중도층과 2030대 여성들이 선뜻 이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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