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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버스정류소 '스마트 쉘터', "추운 날씨에 딱이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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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버스정류소 '스마트 쉘터', "추운 날씨에 딱이긴 한데..."

입력
2021.10.19 04:3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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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홍대입구·독립문 이어 시내 370여 곳 확대
"실내 공간처럼 따듯하고 안전하다" 시민 호평 속
"이렇게 커야 하나, 너무 밝다, 더 위험하다" 우려도
버스기사 "스크린도어 고장나면 무척 난감해질 것"

비가 내린 지난 10일 시민들이 홍대입구역 앞에 설치된 버스정류장 '스마트쉘터'에서 버스 승하차를 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비가 내린 지난 10일 시민들이 홍대입구역 앞에 설치된 버스정류장 '스마트쉘터'에서 버스 승하차를 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10월 중순 기온으로는 65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는 추위가 이어진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근처 한 중앙차로 버스정류소. 갑작스러운 추위에 외투와 목도리로 무장한 출근길 시민들이 ‘스마트 쉘터’ 안으로 들어서서 찬바람을 피했다. 스마트 쉘터는 서울시가 1년여의 공사 끝에 최근 시범운영으로 선보인 ‘미래형 버스정류장’. 지하철 스크린도어와 같은 출입문을 3면에 장착하고 필요에 따라 난방은 물론 냉방, 공기 청정 기능까지 갖춘 첨단 시설이다.

시민 양모(32)씨는 “길 복판에 이렇게 큰 버스정류소 시설물이 필요한가 싶었지만, 막상 기온이 떨어지니 요긴하긴 하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첨단 버스정거장은 지난 8월 숭례문 버스정류소에 설치된 것을 시작으로 홍대입구, 구파발, 독립문공원, 건대입구역, 합정역까지 현재 모두 6군데서 운용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올 11월까지 공항대로 등에 4곳이 추가 설치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시범운용 중인 스마트 쉘터를 시내 전역 주요 버스정류소 370여 곳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버스 3대가 동시 정차할 수 있는 길이 50m가량의 이 거대한 정류소에는 보다 상세한 정보가 담긴 버스 도착정보 모니터가 여러 대 설치됐고, 공공와이파이 중계기, 휴대폰 무선 충전기, 인근 지구대와도 자동 연결되는 긴급 비상벨을 갖추고 있다. 또 서울시교통정보시스템(TOPIS) 정보를 통해 서울시 중앙차로스마트쉘터 관제센터가 버스 진입 순서를 예측해 차량이 멈추는 3개의 플랫폼에 각 버스의 정차위치를 관리한다.

비가 내린 지난 10일 시민들이 홍대입구역 앞에 설치된 버스정류장인 '스마트쉘터'에서 버스 승하차를 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비가 내린 지난 10일 시민들이 홍대입구역 앞에 설치된 버스정류장인 '스마트쉘터'에서 버스 승하차를 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이 때문에 세계 어느 대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첨단 버스정류소가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이 복잡한 시설로 인해 각종 안전사고 우려와 함께 ‘버스 정거장이 이렇게까지 크게 만들어질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앙버스차로에 들어선 만큼 정류소 너머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등 인근 상권의 간판이 가려지는 것도 문제로 제기된다. 숭례문 인근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회사원 이모(47)씨는 “남대문 인근에 설치된 스마트 쉘트는 보는 각도에 따라 숭례문을 압도한다”며 “중국 대륙에서나 볼 법한 규모의 버스 정거장이다. 단출하게 꾸며져 있던 버스정류소 시절이 복잡한 서울에는 더 어울린다”고 말했다.

또 스크린도어에 버스 운전사들이 정확하게 플랫폼에 맞춰 차를 세워야 하는 점, 스크린도어 고장 시 예상되는 여러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민 오모(45)씨는 "스크린 도어 입·출구가 좁아 승객들이 몰리면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고, 독립문공원 정류장을 지나던 한 버스기사는 "지하철에도 스크린도어 고장이 종종 일어나는데, 쉘터라고 100% 잘 작동하겠느냐"며 "본격 운영에 앞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크린도어 고장으로 인한 승객 끼임 등 기존 정류소와 비교하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숭례문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스마트 쉘터 외벽으로 미디어 파사드 작품이 송출되고 있다. 일부 운전자들은 야간 시간대 밝기가 높아 시야를 방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숭례문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스마트 쉘터 외벽으로 미디어 파사드 작품이 송출되고 있다. 일부 운전자들은 야간 시간대 밝기가 높아 시야를 방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특히, 도로 복판에 설치된 스마트 쉘터에서 쏟아지는 밝는 조명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용산구에 사는 이재호(30)씨는 "쉘터 벽면의 빛 밝기가 높아 야간에는 다소 눈이 부실 정도"라며 "운전자 시야 확보를 위해 시간대에 따라 조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스마트 쉘터 벽면의 반투명 스크린은 밤이 되면 거대한 전자 캔버스로 변신한다. 스마트 쉘터 운영 민간투자사업자가 광고를 유치해 표출할 공간이지만, 광고물을 지면으로부터 10m 교통신호기로부터 30m 이내에 표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옥외광고물에 발목이 잡혀 있다. 현재 광고 대신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이 미디어파사드 형태로 임시 송출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스마트 쉘터에서 광고를 송출할 수 있도록 정부에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는 등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 밖에도 용역조사를 통해 예상되는 불편 사항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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