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11일 조사
녹취록 속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등 확인
470억 대여금 행방… 불법 사용 여부 조사도
김만배, 의혹 전면 부인… 정영학에 역공 예상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키맨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를 11일 불러 조사한다. 사건의 '키맨'으로 꼽히는 김씨의 첫 검찰 조사다.
검찰은 김씨에게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 내용의 진위를 따져볼 방침이다. 녹취록을 통해 불거진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의혹을 규명하는 데 조사를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350억 정관계 로비설'과 '50억 클럽 운영' 등 유력 인사 상대 로비 의혹도 주요 조사 대상이다. 녹취록을 포함해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김씨가 검찰을 상대로 어떤 전략을 취할지도 관심거리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11일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씨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김씨는 앞서 구속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씨에게 뇌물 5억 원을 건넨 혐의로 입건됐다.
①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는 유동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관련 쟁점과 해명. 그래픽=김문중 기자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캐물을 방침이다.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와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 중 가장 많은 1억466만 원을 대장동 사업에 투자해 1,208억 원을 배당받았다.
검찰은 김씨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정 회계사 녹취록을 근거로 실소유주가 '제3자'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특히 유씨와 동업한 것으로 알려진 정민용 변호사가 자술서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지난해 유씨가 이혼 자금을 빌려달라고 할 때 '천화동인 1호는 내가 차명으로 (김만배씨에게) 맡겨놓은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한 대목을 의미심장하게 보고 있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유씨가 김씨로부터 사업 수익 70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700억 약정설' 역시 이 같은 의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김만배씨 측은 발언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배당금 절반이 '그분' 것이라는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녹취록 내용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동규씨 역시 '700억 약정설' 등을 두고 "정민용 변호사로부터 빌린 11억8,000만 원 외에 받은 돈이 없다"는 입장이다.
②정·관계, 법조계 로비 있었나?
화천대유가 거액의 투자금을 끌어 모으고, 이 과정에서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려고 정·관계, 법조계 인사들에게 로비 자금을 건넸다는 의혹도 주요 조사 대상이다. 이런 내용 역시 정 회계사 녹취록을 통해 불거진 내용이다. 김씨는 녹취록에서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30억 원, 성남시의원에게 20억 원이 전달됐다. 실탄(로비자금)은 350억 원"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50억 클럽'을 실명 공개해 로비 의혹에 불을 지폈다. 박 의원은 "정 회계사 녹취록과 복수 제보에 의하면 50억 원씩 받기로 한 6명의 이름이 나온다"며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곽상도 의원 등을 지목했다.
김씨와 화천대유 측은 "대부분이 허위"라고 반박하고 있다. "개발 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하자 투자자들 간 이익을 배분하면서 사전 공제 예상비용을 부풀려 주장하게 됐고, 그 내용이 녹취돼 유포됐다"는 것이다. 김씨는 '대여금과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수백억 원대 로비는 어려운 구조'라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만배씨 측은 녹취록을 제출한 정 회계사에 대한 역공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측은 "정 회계사가 녹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일부러 허위 사실을 얘기한 것"이라며 "정 회계사 본인이 주장했던 예상 비용에 대해선 삭제·편집한 채 이를 유통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③473억 대여금… 핵심은 자금 흐름
검찰은 정영학 회계사와 정민용 변호사, 유동규씨 등 핵심 인물 간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자금 흐름 파악이 실체 규명에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11일 김만배씨 조사에서도 각종 돈 거래 사실에 김씨 소명을 듣고 불법성 여부에 대해 판단할 예정이다.
김씨가 화천대유로부터 빌려갔다는 장기 대여금 473억 원의 용처를 규명하는 쪽으로도 조사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473억 원의 성격과 관련해 "회사 운영비에 쓰려고 빌린 돈을 갚고, 컨설팅하는 사람한테 조언을 받는 데 썼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화천대유 자금 중 용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진 83억 원 등도 정확한 종착지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이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의 천화동인 4호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발견한 '수표 4억 원'의 회계 자료도 조사 대상이다. 해당 자료엔 올해 1월 남 변호사가 김만배씨로부터 수표 4억 원을 받아 사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유동규씨가 김씨로부터 받았다고 알려진 5억 원과 액수나 시기가 비슷해,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씨 측은 4억 원 돈 거래에 대해 "남 변호사에게 빌린 돈을 갚은 것으로 유씨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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