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이재명의 사람들
국회의원 배지를 한 번도 달지 않은 '변방의 투사'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과정은 이재명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아무리 입지전적 인물이라고 해도 '이재명의 사람들'의 숨은 도움이 있었기에 '비주류'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재명 인맥의 양대 축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해 온 '성남라인' 인사들과 정성호 의원을 주축으로 결성된 원내조직인 '7+1인회'다. 변호사로서 시민운동을 하다 정계에 들어와 줄곧 비주류의 길을 걸은 탓에 이 후보 사람들도 비주류 출신이 많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10여 년간 이 후보의 곁을 지킨 '성남라인' 인사들은 여의도 주류 정치에선 익숙지 않은 이름들이다. 이 후보의 최측근이자 '34년 지기'인 정 의원도 당내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대표적 비주류 인사다. 다만 정 의원이 주축인 '7+1인회'는 원내 지원세력을 확장하는 그릇을 만들었고 이에 친문재인계, 이해찬계, 박원순계 등 다양한 인사들이 이 후보 경선캠프에 합류하면서 비주류 색채를 지워 나갔다. 대선후보 경선 승리로 '이재명의 사람들'은 당내 신주류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①'34년 지기' 정성호
대선후보 이재명을 말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은 정성호다. 흔히 정 의원을 '이재명의 복심' '이재명계의 수장'이라고 표현하지만, 1987년 사법연수원에서 만나 34년간 산전수전을 함께 겪은 두 사람의 관계는 이런 표현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이 지사는 정 의원을 '이재명계'로 분류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내가 '정성호계'"라고 정정한다.
이 후보는 나이가 두 살 더 많은 정 의원을 "형"이라고 부르고, 정 의원은 "이 지사"라고 칭한다. 정 의원은 원내 경험이 전무한 이 후보와 원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서 민주당 대선후보에 도전했던 2017년 당시만 해도 원내에선 정 의원과 유승희 김영진 김병욱 제윤경 의원 등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정 의원은 당시 일당백의 능력을 보여줬다. 이 후보는 당시 3위에 그쳤지만 21.2% 득표율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이 후보 캠프에 속한 한 수도권 의원은 "정 의원은 캠프에서도 이 후보에게 가감 없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가까이에서 보니 이 후보가 이 자리까지 온 데에는 정성호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②‘이심전심’ 성남라인
'성남라인'은 이 후보 주변 그룹 중 이른바 '실세'로 통한다. 함께한 세월이 긴 만큼 이 후보의 신뢰가 두텁고, 성남라인 인사들은 '정치인 이재명'에 대한 이해가 깊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현 대선캠프 인사 다수가 올해 들어 이 후보와 가까워진 인사가 많은 만큼 (이 후보의) 성남라인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고 귀띔했다.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과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이 최측근으로 꼽힌다. 정 전 실장은 1994년 이 후보가 창립한 '성남시민모임'부터 이 후보와 함께했다. 김 전 대변인도 이 후보가 시민운동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성남시의원으로 도왔고, 경기지사 시절엔 초대 대변인을 맡았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직접 대변인으로 발탁한 김남준 전 경기도 언론비서관은 이 후보의 의중을 가장 잘 읽는 참모 중 하나다.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사무국장을 지낸 김현지 전 비서관, 김지호 전 비서관 등 경기도청 비서실 출신들도 측근으로 불린다.
③'세력 확장의 기반' 7+1인회
지난해 21대 국회 이후 이 후보를 지원하는 원내 '이너서클'로 '7인회'가 부상했다. 정 의원을 주축으로 김병욱·김영진·임종성·김남국·문진석 의원, 이규민 전 의원이 멤버다. 김병욱·김영진 의원은 2017년부터 이 후보를 도왔다. 김병욱 의원은 의원 35명이 참여한 원내 싱크탱크 '성장과 공정 포럼'을 조직했고, 이 후보의 중앙대 후배인 김영진 의원은 캠프 상황실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이 후보가 여의도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해 활용한 '공관 정치'를 조율했다. 이번 경선에서 이 후보 캠프에 속한 한 의원은 "7인회의 주선으로 이 후보와 공관에서 식사를 함께 한 의원이 많다"고 했다.
일각에선 민형배 의원을 포함해 '8인회'라고 부른다. 광주 광산구청장 시절 성남시장이었던 이 후보와 친분을 다진 그는 올해 호남 현역의원 중 처음으로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④'화려해진 우군' 탈계파 캠프
2017년 대선 첫 도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군들의 면면은 다채로워지고 화려해졌다. 기존 측근에 더해 이해찬계와 박원순계, 개혁성향 의원들이 이 후보 캠프에 속속 합류했다.
이해찬계는 수도권이 중심인 이 후보의 지지세를 전국구로 확대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해찬 전 대표의 연구포럼 '광장'을 이어받은 '민주평화광장'을 통해 이 후보 지원에 나서면서다. 이해찬 전 대표와 가까운 조정식·이해식 의원은 각각 캠프에서 총괄본부장과 자치분권본부장을 맡았다.
박원순계에선 박홍근 의원이 이 후보 비서실장을 맡은 이후 남인순·천준호 의원 등이 가세했다.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출신 4선 중진인 우원식 의원의 합류로 캠프의 중량감이 더해졌다. 경선 과정에서도 친문재인계 전재수 의원과 친문 성향 박주민·이재정 의원 등이 캠프에 합류했다.
정책·자문 그룹으로는 이 후보의 핵심공약인 '기본 시리즈' 등 경제정책을 설계한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과 강남훈 한신대 교수, 유종성 가천대 교수 등이 첫손에 꼽힌다. 특히 이 후보와의 '30년 인연'인 이 전 원장은 캠프 내 정책본부장을 맡았으나 최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직을 내려놨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등이, 고용·노동 정책은 이병훈 중앙대 교수 등이 자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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