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클리셰의 모든 것’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금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넷플릭스 바로 보기 | 1부작 | 15세 이상
악당이 시한폭탄을 설치한다. 도시 전체가 아비규환이 되면 그나마 다행. 인류를 절멸에 몰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인공은 폭탄을 해제하려 사력을 다한다. 시한폭탄엔 초시계가 설치돼 남은 시간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은 보통 폭발 몇 초 전 폭탄을 해체할까. 대부분 답을 알겠지만 1초 전이다. 폭발 직전 시한폭탄 해체는 상투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관객 대부분은 초침이 최후의 순간까지 흐를 때 심장을 죄는 서스펜스를 맛보곤 한다.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끌리는 조미료 같은 맛. 클리셰는 영화사나 감독이 비판받으면서도 버릴 수 없는 무기다. 장르의 공식에 충실하기 마련인 할리우드에는 여러 클리셰가 있다. ‘할리우드 클리셰의 모든 것’은 이를 속속들이 캐본다.
①영화 속 조미료
할리우드 영화 속엔 다양한 클리셰가 있다. 공포영화는 고양이와 화장실 거울을 즐겨 활용한다. 관객과 등장인물을 깜짝 놀라게 할 때, 그러나 딱히 위험이 존재하지 않을 때 고양이가 즐겨 쓰인다. 고양이를 기르는 이들이 적지 않고, 도시엔 거리를 떠도는 고양이들이 많아서다. 등장인물이 화장실 거울 앞에 서면 관객 대부분은 긴장한다. 카메라 각도가 살짝 바뀌거나 거울을 여닫을 때 위협적인 존재가 비칠 가능성이 커서다. 워낙 자주 사용되다 보니 학습된 관객은 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②남자는 로맨티시스트, 여자는 스토커
상투적 표현엔 편견이 담긴 것도 있다. 로맨틱 영화에서 남자가 여자를 쫓아다니면 낭만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쫓아다닐 경우 장르는 공포나 스릴러로 변하기 일쑤다. 스토킹을 했을 때 남자는 로맨티시스트, 여자는 스토커가 되는 셈이다.
악당이 영국식 영어를 쓰는 것도 편견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국식 영어는 악당이 지능형 범죄자이고 대형 범죄를 기획할 수 있다고 암시하곤 한다.
③클리셰를 뒤집는 재미
‘스머페트 법칙’이라 불리는 클리셰가 있기도 하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블랙 위도우(스칼릿 조핸슨)처럼 여자 주인공이 구색 맞추기식으로 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TV애니메이션 ‘개구장이 스머프’에서 스머페트가 유일한 여성으로 나오는 걸 빗댔다.
클리셰라고 매번 비판받아 마땅할까. 어떤 감독은 상투적인 표현을 뒤집으며 관객에게 별미를 제공한다. 공포영화 ‘스크림’(1996)이 대표적이다. 드루 배리모어가 연기한 역할이 도입부에 살해당해 영화 속 가장 유명한 배우는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법칙에 도전한다. 클리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영화는 매년 수천 편씩 만들어지나 기본 줄거리는 딱 7개라는 말이 있다. 제 아무리 이야기꾼이라도 이야기의 원형질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감독들은 기존 법칙을 변주하고, 새로운 경향을 반영해 신선한 영화처럼 내놓는다. 클리셰는 관객을 자극하며 익숙함을 제공하기에 좋은 재료다. 옛 청춘 스타 로브 로우의 진행으로 황당무계하면서도 유쾌한 여러 클리셰를 소개한다. 배우 플로렌스 퓨와 앤드류 가필드, 마크 스트롱이 클리셰에 대한 의견을 밝히며 소소한 재미를 전한다. 58분이라는 짧은 시간 할리우드 역사를 일별할 수 있어 제법 유익하기도 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