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간첩 조작' 검사들 징계받자 보복 기소
"자의적 공소권 행사… 재량권 현저히 일탈"
‘국가정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을 뒤집고 불법 대북 송금 혐의로 뒤늦게 기소한 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 기각한 원심을 확정한 최초 사례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4일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공소기각하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은 2014년 5월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을 주선해주는 사업을 통해 13여억 원을 북한으로 밀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유씨를 기소했다. 유씨가 중국 국적의 재북화교라는 사실을 숨기고 탈북자로 가장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고 면접에서도 거짓으로 말해 2011년 서울시 복지정책과 계약직 ‘마’급 공무원으로 채용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도 적용됐다.
유씨는 재판 과정에서 “이미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적이 있는데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일부 무죄 판결이 선고되자 검찰이 보복기소를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은 2010년 3월 “유씨가 초범이고 탈북한 대학생으로서 예금계좌를 빌려줘 환치기 영업을 하도록 도운 것으로 범행 가담 정도가 경미하고, 그 경위가 참작할 만하며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유씨가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해 자신을 간첩으로 몰았다"며 국정원 직원 및 검사를 고소하고 같은 해 5월 공판 검사들이 징계를 받자, 검찰은 즉각 기소유예 처분을 번복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유씨를 기소했다. 국정원의 간첩 증거 조작으로 검사들이 징계를 받자 ‘보복 기소’를 한 셈이다.
1심에선 두 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종전 사건의 피의사실과 현재 사건의 공소사실 사이에 기소유예 처분을 번복하고 공소 제기해야 할 만한 의미 있는 사정 변경이 없다”면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고, 위계공무집행 방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공소사실 중 외국환거래법 위반 부분에 대한 공소 제기는 검사의 자의적 공소권 행사로서, 이로 인해 피고인(유씨)이 실질적 불이익을 받았음이 명백하므로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유씨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으로 기소됐지만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다만, 중국 국적자인 사실을 숨기고 탈북자 지원금과 여권을 받은 혐의에 대해선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