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앞둔 15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인근의 A 셀프주유소엔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평소엔 공항이나 항공사 관계자들이 주로 이용했지만 최근 유가 고공행진 속에 해당지역 내 저렴한 가격의 주유소로 소문이 나면서다. 이날 이곳에서 판매된 휘발유 값은 리터당 1,683원. A 셀프주유소에서 만난 손님 김모(40)씨는 “서울에서 리터당 1,600원대 주유소를 찾긴 어려워졌다”며 “주말 나들이를 앞두고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왔다”고 전했다.
고유가에 따른 후폭풍이 실생활 속으로 몰아치고 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00원을 넘어서면서 산업 현장은 물론 가계 부담도 커지고 있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리터당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1,707.53원으로, 2014년 12월 이후 약 7년 만에 1,700원대를 돌파한 전날(1,700.95원)보다도 6원 이상 올랐다. 보통 국내 유가는 국제 유가 흐름을 2~3주 뒤에 반영하는데, 최근 같은 기간 국제 유가가 급등한 점에 비춰볼 때, 당분간 국내 기름값도 꾸준히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전날 대비 0.87달러 오른 배럴당 81.31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의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벌써부터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평균 2,000원을 넘어섰던 지난 2012년 상반기 악몽까지 소환되고 있다. 실제 업계 안팎에선 국제적으로 원유 공급 부족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유가 상승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다. 지난달 뱅크 오브 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에선 올겨울이 예년보다 추울 경우를 가정하면서 “국제 유가가 6개월 내 배럴당 100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최근 모스크바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 유가 상승폭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영업용 차량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업종이나 겨울철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향후에도 고유가로 연료비에 연동되는 전기요금 인상은 물론 공산품 등 제품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고유가 시대에 대비를 당부한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며 ‘위드 코로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데, 이동 제한이 점차 완화되고 공장 가동도 늘어나 석유 수요도 늘고 있다”며 “국제적으로 동절기에 적절한 석유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당분간 고공행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정부는 전날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주재로 ‘에너지·자원 수급관리 TF’ 첫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공기업과 민간 기업, 학계가 참여해 에너지 가격·수급 현황과 전망, 대응계획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는 이 회의는 동절기에 매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