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춤추는 풍속화 인물들 온라인서 화제
한국문화재재단의 궁중문화축전 특별 이벤트
일반인이 직접 만든 '모두의 풍속도' 캐릭터 공유
새 캐릭터 모아 21세기 버전 풍속화 만들 예정
"조선시대 풍속도에 왜 넥스트레벨이 있어?"
김홍도의 풍속도 속 조선시대 인물들이 걸그룹 춤을 춘다? 분명 옛날 그림 속 전통 복장을 입은 여러 캐릭터들인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몸동작을 한다.
동작의 정체를 눈치챈 누리꾼들은 "이거 넥스트레벨 아니냐고ㅋㅋ" "마지막 포즈 혹시 설마 넥스트레벨...?"이라며 반가워했다. 또한 "아몬드 넥스트 레벨 yeah 조선의 결을 지켜 내 가락 놓지 말아 부채춤 나의 무기 궁궐로 걸어가 알아 네 고향 땅 왜구에 맞서서 지켜라 지켜라 지켜라"(빅*)고 조선시대의 상황에 맞게 노래 가사를 직접 바꿔 만들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걸그룹 춤을 추는 풍속도 속 인물들을 만들어 낸 '모두의 풍속도'에 누리꾼들이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아니 세상에 이거 뭐야 너무 귀여운 기획이잖아 심쿵 그 자체다" "아이디어도 좋고 너무 귀엽다" "이거 뭔데 왜 이렇게 귀여워? 누워 있는 거 완전 나잖아??" "이거 너무 재밌고 귀여워 어떡해... 계속 만들고 있음ㅠㅠ" 등의 반응을 보였다.
처음 보는 유쾌한 풍속도 캐릭터들은 등장하자마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순위를 차지했다. 14일 오전 기준 '모두의 풍속' '등장인물 만들기' '캐릭터 완성'이 1위에서 3위까지 순위를 차지하고, '모두의 풍속도'를 기획한 '궁중문화축전'도 실시간 트렌드 5위에 올랐다.
기발하고 유쾌한 자태로 누리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조선시대 캐릭터의 정체는 한국문화재재단의 궁중문화축전에서 기획한 '모두의 풍속도'다. 특히 원하면 누구나 직접 풍속도 속 등장 인물인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누리꾼들은 김홍도, 신윤복 화백이 그린듯한 조선시대 풍속화 속 캐릭터를 직접 쉽게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고 있고, 온라인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 친근해진 풍속도
궁중문화축전 측은 12일 공식 홈페이지와 SNS 계정을 통해 '모두의 풍속도'를 공개했다. 이를 통해 조선시대 김홍도 화백의 풍속도 속 인물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롭게 창작된 익살스러운 동작과 표정, 복장, 머리 모양 등을 직접 조합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자신의 취향을 담아 다양한 선택지를 조합해 만든 캐릭터는 사람들마다 제각각이다. 특히 시간을 초월해 김홍도 화백의 그림에 직접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얻고, 이를 통해 멀게만 느껴졌던 조선시대 풍속도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는 상황이 생긴다.
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김홍도 화백의 '단원풍속도첩' 작품들은 익살스러운 인물과 현장감 넘치는 분위기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조선 후기 인물인 김홍도 화백은 풍속도에서 해학과 풍자를 통해 민중의 삶을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려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김홍도 화백의 풍속도 속 생생한 표정과 몸짓이 살아있는 인물들은 '모두의 풍속도'의 모티브가 됐다.
한국문화재재단 궁중문화축전 관계자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비대면 콘텐츠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온라인에서 김홍도의 풍속화 속 인물들이 재미있는 해석과 함께 호응을 얻는 것을 봤다"며 "대중이 직접 참여해 '21세기 버전의 풍속도'를 직접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모두의 풍속도에는 전통춤을 추거나 상모를 돌리는 모습을 담아낸 캐릭터가 있는 반면, 전통 의복을 입고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 휴대폰을 보는 등 현대적 요소를 접목한 모습이 특히 이목을 끈다. 전통적 배경에 현대의 물건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은 참여자들이 자신의 일상과 가깝게 받아들이며, 재미와 공감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행사 관계자는 "전통과 현대의 조합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보일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다"면서 "많은 시민들이 자신의 현재 모습을 표현하며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넥스트 레벨' 춤에 대해서도 "(저희가) 기대한 대로 뜻이 잘 전달되고 많은 이들이 알아봐 줘서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제가 만든 제 캐릭터 좀 보세요" 온라인에서 활발히 공유
누리꾼들은 직접 만들어낸 캐릭터는 공개 사흘 만인 15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21만 건이 넘었다. 트위터에서 실시간 트렌드에 오른데 이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글에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자랑하는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리는 등 참여 열기가 뜨겁다.
누리꾼들은 캐릭터가 요즘 상황과 꼭 닮았다며 웃음을 터뜨리는가 하면 재치를 뽐내며 풍속도를 즐기고 있다. "내일 출근인데 자기 싫어하는 나…"(파마**) , "시험기간인데 궁뎅이나 벅벅 긁으면서 누워 있는 나 같음 근데 성적은 또 걱정해서 눈물을 흘리는"(jeoms****), "오늘 퇴근길 나야나(짭짤해***)", "이거 아무리 봐도 방금 전 수면 부족한 상태로 토스트 먹던 내 모습"(rqzberr*****) 등 일상 속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캐릭터를 부담 없이 다른 이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나름의 서사와 이야기를 담은 캐릭터들도 있다. 머리에 음식을 한가득 이고 있는 캐릭터에 "제일 바쁜 여섯 시 반에 소고기 하나 불백 하나 짬뽕 계란말이 누구야?!"(LEEP****)라는 유쾌한 대사를 달기도 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누워 있는 모습에 "이 집 대감마님은 밥을 많이 줘서 너무 좋아"(Deeku*****)라고 덧붙여 직업만족도가 높은 머슴을 표현하기도 했다.
대중의 손으로 탄생한 캐릭터들은 풍속도와 일회성 이벤트에만 머물지 않고 온라인 세상을 맘껏 뛰놀고 있다. 귀여운 생김새와 공감 가는 모습에, 전통 의복 차림이 주는 '힙함'이 세대를 막론하고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부모님이 모두의 풍속도로 만든 캐릭터를 SNS의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또한 누리꾼들은 온라인에서 밈으로 활용되는 패러디 콘텐츠를 만들거나 여기에 다채로운 효과를 추가하거나 움직이는 짤로 만드는 등 2차 창작을 하며 즐기고 있다.
한국문화재재단 "기획 의도대로 마음껏 즐겨주셔서 감사"
누리꾼들은 특히 이번 프로젝트의 높은 인권 감수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모두의 풍속도에는 캐릭터를 완성한 후 SNS에 공유할 때 '대체택스트를 작성해달라'는 문구가 뜬다. 대체텍스트란 시각장애인, 저시력자를 포함한 더 많은 사람이 이미지를 이해할 수 있게 이미지에 담긴 정보를 텍스트로 입력하는 것이다.
행사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궁중문화축전에 대해 알게 되고, 우리나라 전통문화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길 바라며 시작한 프로젝트"라며 "시각장애인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에 대체텍스트 작성을 더 알리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캐릭터의 머리와 의복 등을 선택할 때 성별과 나이로 나누거나 제한하지 않고, 모든 항목을 참여자의 선택에 맡긴다. 한 누리꾼은 "선택 옵션 하나하나 차별과 혐오를 넣지 않으려고 하고 표현마다 최대한 한국어를 쓰기 위해 고민한 게 느껴져! 기획자, 개발자들 너무 대단하시고 수고 많으셨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궁중문화축전 관계자는 이처럼 뜨거운 반응에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반응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뿌듯하고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궁중문화축전 측은 다음 달 10일 모두의 풍속도 운영 기간이 끝나면 참여자들이 만든 캐릭터들을 이용해 21세기 버전 풍속도를 제작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인데, 참여자가 너무 많아 난감한 상황이다. 행사 관계자는 "시민들이 만든 인물을 다 넣겠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활용하여 작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 캐릭터들로 이모티콘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있는데 아직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채로운 전통문화 활용 콘텐츠를 선보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유산 축제인 궁중문화축전은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된다. 온라인 축전은 31일까지 이어지고 경복궁 전시는 24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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