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코믹스 '슈퍼맨 양성애자' 설정에 논란 확산
"어린이·청소년에 악영향" "다양성 존중" 엇갈려
캡틴 아메리카, 배트맨시리즈서 '로빈'도 LGBT
미국의 만화 출판사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캐릭터인 슈퍼맨이 양성애자(바이 섹슈얼)로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한다는 소식에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도"라는 평가도 있지만, "시류에 편승한다" "슈퍼맨을 좋아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15일 영국 일간지 '미러'와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1990년대 슈퍼맨을 연기한 딘 케인(Dean Cain)이 슈퍼맨을 양성애자로 묘사하겠다고 발표한 'DC코믹스'를 두고 "그들은 용감한 시도라고 했지만, 시대 흐름에 편승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년 전에 이런 시도를 했다면 용감하다고 했겠지만, 배트맨의 조수 로빈(팀 드레이크)이 양성애자, 뉴 캡틴 아메리카는 게이로 나오는 마당에 절대 용감하고 새로운 시도라고 보지 않는다"며 "진짜 용감한 건 '게이'라는 이유만으로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이란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위해서 투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웬디 로저스도 "할리우드가 슈퍼맨을 게이로 만들려 하지만, 슈퍼맨은 그렇지 않다"며 "새로운 시리즈를 '두퍼맨(Thooperman)'으로 명명해, 우리 모두 (Superman 시리즈와의) 차이를 알아보고, 안 볼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DC코믹스는 다음 달 9일 출간되는 '슈퍼맨-칼엘의 아들' 5편에서 슈퍼맨 존 켄트가 남자 기자 캐릭터와 로맨틱한 관계를 맺게 된다고 1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존 켄트는 '원조' 슈퍼맨 클라크 켄트가 오랜 연인이자 아내인 로이스 레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이다. '칼엘의 아들' 시리즈에서는 존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후대 슈퍼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존이 빠져드는 제이는 이 시리즈에서 안경을 쓰고 핑크색 머리를 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슈퍼맨 연기 딘 케인 "시류 편승"....美 상원의원 "따로 '두퍼맨' 만들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존의 양성애자 설정은 '슈퍼맨인 아빠 아래서 컸던 아들이 어린 시절 정말 행복했을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존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아빠와는 다른 성향으로 번번이 갈등을 겪는다. 더불어 세상을 구하는 일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친 그를 옆에서 지탱해주는 인연을 만나 커밍아웃을 하고 사랑을 키운다.
작가인 톰 테일러는 "슈퍼맨은 언제나 희망, 진실, 정의를 상징해왔는데, 이제 더 많은 것을 상징하게 됐다"며 "이제 슈퍼맨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양성애자 설정에 의미를 뒀다. DC코믹스의 제작 책임자 짐 리는 "슈퍼맨은 각자의 세상과 시대에 공존한다"며 "독자들은 그것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 히어로를 성소수자(LGBT)로 설정한 사례가 슈퍼맨이 처음은 아니다. DC코믹스는 6월 배트우먼·할리퀸·그린랜턴 등 대표 캐릭터를 성소수자로 그려낸 만화책을 내놓았고, 올해 시작한 '배트맨:어번 레전드(Batman: Urban Legends)' 시리즈의 6편에서 배트맨의 파트너인 로빈이 양성애자로 설정됐다.
또 DC코믹스의 경쟁사인 미국 거대 만화 회사 마블코믹스는 6월 발매한 만화책(The United States of Captain America)에서 '게이 캡틴 아메리카'를 선보였다. 쫄쫄이 슈트를 입고 악당을 섬멸하는 근육질 슈퍼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 탄생 80주년을 맞아 처음 동성애자로 설정한 것이다.
"편견 없는 새로운 방향 인정" "다양성 존중" 칭찬도
가장 친숙하고 대중적인 슈퍼 영웅인 슈퍼맨이 양성애자로 설정되자 누리꾼들의 반응도 나뉘었다. 이 소식을 접한 현지인들은 해당 보도에 "내 취향은 아니지만, 어떤 편견도 없는 새로운 방향은 인정한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양성애자를 일반화하지 말라" "할 말이 없네" "자신이 자기 작품 파괴하게 냅둬라"는 비판이 많았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사람도 존중해줘야지"(pixi****) "앞으로 dc코믹스는 무조건 거른다"(opjo****) 등 부정 반응이 눈에 띄었다. 한 누리꾼(vnzv****)은 "동성애자 존중해주는 건 좋은데, 굳이 필요없는 설정까지 넣으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것 같아? 이런 식으로 노골적이고 민망한 형태면 오히려 반발심만 커진다"고 지적했다.
일부 팬들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양성애자 슈퍼히어로 따로 만들라"
특히 골수팬들은 "슈퍼맨 캐릭터의 역사와 특성을 무시하고 PC에 집착한 결과물"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PC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줄임말로 인종 성별 성정체성 종교 직업 나이 등 모든 종류의 편견을 없애자는 사회적 신념을 뜻한다.
창작 과정에서 성정체성에 대한 편견을 무리하게 배제하려다 보니 갑자기 '양성애자'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의 pc흐름은 기존의 작품이나 캐릭터의 유명세를 이용해먹으려는 게 대부분이라 기존 팬들의 반발은 당연지사"(qzqz****),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점점 예술에 강제적 개입이 많아지는 느낌"(brun****), "양성애자 슈퍼히어로가 필요하면 새로 만들어라. 남의 추억 위에 덮어쓰지 말고"(yesy****)라고 지적했다.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는 의견도 많았다. 이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얼 가르쳐 주고 싶은 걸까요? 비정상의 정상화가 무섭게 진행됨이 슬프고 화가 납니다"(msp0****), "우리 자녀들이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흡수하는 데는 시간문제, 큰 일이다"(shy-****)라고 걱정했다.
반면 "좋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 있는 거니까"(twee****) "다양성 존중. 인정"(gilf****) 등의 찬성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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