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법 따라서 17세에 한국 국적 포기
美대학 갔지만 정신질환 치료 위해 귀국
법무부, 병역 기피 의심해 회복 신청 불허
법원 “의심할 사정 없어… 현재 복무 가능”
10대 시절 포기했던 한국 국적을 회복시켜 달라고 나선 30대 중반 남성에게 정부가 병역 기피를 이유로 불허 처분을 내린 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병역기피 목적을 강하게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는 데다, 지금이라도 국적이 회복되면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유환우)는 17년 만에 국적 회복을 신청한 남성 A(35)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국적 회복 불허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86년 미국에서 태어난 A씨는 대한민국과 미국 국적을 모두 취득한 채 한국에 들어와 중학교를 졸업했고, 만 17세가 되던 2003년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이후 A씨는 미국 대학 입학 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2005년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을 다녔다. 구 국적법에 따르면 이중국적자는 22세 이전에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A씨의 대학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부족한 영어 실력 등으로 대학 동기들과 갈등을 겪어야 했고, 이후 정신질환까지 얻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009년 한국에 돌아온 뒤 조현병을 진단받아 입원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A씨는 비자 체류 기간이 만료되면 출국해 단기간 해외에 머물고, 다시 입국하는 방식으로 한국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지난해 4월 “한국 국적인 부모님과 함께 한국에 살면서 경제 활동과 학업을 계속해가고 싶다”며 국적 회복을 신청했다.
법무부는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병역 면탈을 이유로 국적을 포기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병역법상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는 18세 직전(17세 5개월)에 국적을 포기한 데다, 줄곧 한국에 체류하며 치료를 받아왔던 그가 34세가 돼서야 국적 회복을 신청한 점이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36세 이상의 국적회복자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가 가능한데, 특히 A씨의 경우 국적 회복 허가와 병역 판정의 심사 기간 등을 계산한 뒤 현역병 복무를 피하려는 목적으로 국적 회복을 신청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무부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A씨의 국적을 회복시켜주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국적회복을 신청할 당시부터 병역 의무가 면제되는 38세에 이르기까지 4년여가 남아 있어 병역 의무 이행이 가능한 상태였다"며 "A씨 역시 병역 의무를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국 국적을 되찾게 될 경우, 현역병 복무는 몰라도 최소한 사회복무요원으로서 근무가 가능한 연령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더불어 재판부는 '실제로 미국 생활을 꿈꾸고 미국 국적을 선택하게 됐지만, 결과적으로 병을 얻으면서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A씨 측 사정도 참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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