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문 대통령과 이재명, 다르다"
靑 "송영길 발언, 원론적 의미로 본다"
정권교체는 말 그대로 정권이 다른 정파(정당)로 넘어가는 것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요즘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통령 당선도 정권교체’라는 논리를 설파한다. 이 후보와 문재인 대통령이 '한식구'가 아니라는 논리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정권 재창출을 기대하는 여론을 압도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의혹에 발이 묶여 청와대와 각을 세울 수 없는 처지다. 이에 송 대표가 총대를 멘 것으로 볼 수 있다.
송 대표가 '거리 두기'를 자꾸 강조하면 '당청 결별 사인'으로 해석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문 대통령의 여권 장악력이 상당하다는 것이 변수다.
"이재명, 문재인 정부 계승하지만 단순 재생산은 안 해"
송 대표는 18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권교체를 원하는 민심이 커지고 있다’는 질문에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기본 노선과 장점을 계승하지만, 그대로 단순 재생산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라고 답했다. 전날 MBN 인터뷰에서 “대선에서 여당이 이기든 야당이 이기든 정권은 교체되는 것”이라고 한 데 이어, ‘이재명이 하는 정권 교체론’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송 대표는 이 후보가 문 대통령과 ‘스타일’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정직 2개월 징계가 정당했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을 거론하며 “문 대통령은 너무 마음이 착하고 절차를 중요시한다”며 “그런 경우엔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불러다가 그만두라고 해야 되지 않았나”라고 했다. 이 후보였다면 지난해 말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 '다른 판단'을 했을 거라는 의미다.
송 대표는 이 후보가 정부가 ‘하위 88%’에 주기로 한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경기도민 전체에 지급한 사례도 언급하면서 “(현 정부와) 좀 차이가 있다”고 했다.
송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이 커지는 것을 위기로 봤기 때문이다. 지난 12, 13일 SBSㆍ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선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바란 응답자가 55.7%였고, ‘여당의 정권 재창출’을 희망한 답변자는 36.2%였다. 격차는 19.5%포인트였다. 올해 7월 같은 조사에선 '정권교체' 답변이 '정권 재창출'보다 10.7%포인트 많이 꼽혔지만, 차이가 더 벌어진 것이다.
이달 11~13일 KBSㆍ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정권교체 응답(54.5%)이 정권 재창출(38.2%)보다 16.3%포인트 많이 나왔다.
이재명, 대장동에 묶여 문 대통령과 차별화 '머뭇'
집권여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것은 선거 승리 공식이다. 이 후보는 그러나 문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다. 대장동 의혹에 대해 문 대통령은 '신속하고 철저한 검경의 수사'를 주문하며 이 후보를 두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선후보 경선 후폭풍으로 이 후보의 당내 입지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이 후보가 섣부른 차별화에 나섰다가는 '집안'에서 외면받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뜻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었던 건 경제민주화, 복지 등을 내세우며 본질적 정책의 전환을 약속했기 때문”이라며 “이재명 후보는 지금 상황에서 차별화하기 굉장히 어려워졌다”고 했다.
靑 "이재명 정권, 문재인 정부와 다를 수 있다는 뜻"
청와대는 송 대표의 발언이 당ㆍ청 갈등으로 해석되는 상황을 경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송 대표의 발언은 민주당이 정권을 다시 잡아도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원론적인 의미라고 본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송 대표 발언을 소재 삼아 이 후보와 친문재인 진영 사이의 ‘틈새 벌리기’에 나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여당이 정권교체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건 문재인 정부를 실패한 정권으로 규정하고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송 대표가) 문 대통령을 '디스'하는 걸 보니 본격적인 선 긋기에 나선 모양인데, 친문계와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겠느냐”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