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들이 줄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강의 도중 질문을 꽤 받습니다. 사람들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보전이 도움 된다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러저런 효과를 수치화하여 보여줄 수밖에 없죠. 곤충을 얼마 잡아먹고, 몇 개 씨앗을 퍼뜨리며, 생태산업 경제규모를 말하는 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자연 기능을 설명해야 하는지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럼에도 말씀드릴 내용은 동물들이 주는 인간 편익의 사례입니다.
무리를 짓고 사는 하이에나는 먹이를 빼앗거나, 사체를 먹는 동물로 알려졌습니다.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서도 비열한 존재로 그려지곤 합니다. 하지만 현장연구에 따르면 하이에나는 매우 영리하고, 수준 높은 사냥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자 먹이를 하이에나가 뺏는 것처럼 봐왔지만 실상은 사자가 하이에나가 잡은 먹이를 더 많이 빼앗습니다. 비열하기로 따지면 사자가 한 수 위 아닐까요? 물론 자연을 인간 언어로 재단한다는 것은 심한 오류에 빠지는 일이긴 합니다. 최근 31만 명 인구와 12만 마리 가축이 있는 에티오피아 메켈레 시에서 연구한 하이에나의 공중보건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지역에는 약 210마리 하이에나가 살고 있고 동물 사체 폐기물을 매년 207톤을 제거한다고 나타났죠. 이를 통해 거주민들의 탄저균과 소결핵 감염 5건과 소, 양 등의 감염 140건을 예방한다고 조사되었습니다. 사람 생명과는 비교할 수도 없겠지만 지역경제에서 가축 손실 비율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칩니다. 더불어 광견병을 사람에게 전파하는 떠돌이개 개체군이 늘지 않도록 하는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청소동물의 사체처리가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은 인도 부근 독수리류 피해사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죽은 가축을 먹지 않는 풍습에 따라 도시 인근에 버리고, 독수리와 개, 자칼 등과 같은 다른 청소동물이 처리하는 역사는 우리가 동물들과 암묵적으로 맺어온 약속이었죠. 하지만 1992년부터 2007년까지 인도에 서식하는 독수리류 3종은 97%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원인은 가축용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였습니다. 이 진통소염제는 특히 독수리류 3종에게 신부전증을 일으키는 독성을 가졌던 것이죠. 사체나 뜯어먹고 사는, 어디에나 있던 독수리들에게 사람들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30분 안에 소 한 마리를 뼈까지 드러날 정도로 처리할 수 있는, 효율성 높은 독수리들이 거의 사라진 지역에서는 수백만 마리의 사체는 썩으며 방치되었고, 질병 확산의 주요 지점으로 자리 잡고 다른 동물들에게는 기회가 됩니다. 라자스탄의 한 지역만 보아도 100여 마리에 머물던 떠돌이개는 독수리류 감소라는 생태계 균형이 깨진 후 1,200마리 이상으로 늘어납니다. 같은 기간 4만6,000명이 광견병에 걸린 원인의 일부로 연결됩니다.
최근 '오징어 게임'으로 스타반열에 오른 오영수씨 인터뷰에 이런 말이 떠오릅니다. "산속을 가다 꽃이 있으면 젊을 땐 꺾어가지 않냐. 내 나이쯤 되면 그대로 놓고 온다. 그리고 다시 가서 본다. 그게 인생 아니겠냐. 그냥 있는 그대로 두는 것…" 언제쯤 우리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고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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