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조폭 간 연루설을 제기하면서 제시한 돈다발 사진이 조직폭력배의 황당한 허세용 사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폭 재소자의 주장을 최소한의 확인조차 하지 않고 정치 공세에 활용하다가 반나절 만에 들통나 조롱거리 신세를 자초한 것이다. 국회의원의 자질과 윤리 의식을 의심케 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소동이 벌어지는 정치 현실에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김 의원은 국감에서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인 박철민씨의 진술서 등을 근거로 이 후보가 국제마피아와 유착관계를 맺었고 이 조직으로부터 20억 원 가까이 지원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국제마피아 조직이 이 후보에게 전달했다는 현금 다발 사진도 공개했다. 하지만 당일 저녁 국감에서 이 사진은 박철민씨가 2018년 페이스북 계정에 렌터카와 사채업 등을 통해 돈을 벌었다고 자랑하면서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폭 재소자를 공익 제보자인 양 대우하고 아무런 검증 없이 허무맹랑한 주장을 되풀이한 결과다. 우리 정치가 어쩌다 이 정도 수준까지 떨어졌는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민주당은 김 의원의 국회의원 사퇴를 요구하면서 국회 윤리위에 징계안을 제출했다. 국민의힘도 무작정 김 의원을 감쌀 일이 아니다. 윤리적 측면뿐만 아니라 수권 정당으로서의 능력 면에서도 김 의원 사례는 한심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적 공분을 낳은 대장동 비리 의혹은 여야 가릴 게 없이 퍼져 있는 상태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몸통이라고 저격하지만, 이 후보는 비리 주범이 국민의힘이라고 역공을 펴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의 책임을 부각시키려면 사실에 근거한 날카로운 질의로 추궁해야지, 이런 허황된 의혹 제기는 오히려 이 후보에게 면죄부만 주게 된다. 이번 국감이 이 후보 해명 마당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김 의원 같은 저질 정치인 때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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