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독립영양생물이라고 한다. 영양분을 다른 생명체에 의존하지 않고, 햇빛을 이용해 스스로 합성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의 잎에는 엽록소가 있는데 거기에는 빛 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산소와 수소이온으로 분해하는 정밀한 장치가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수소이온을 이용해 에너지(ATP)를 합성한다. 그리고 그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수소이온을 이용해 포도당을 만든다. 이것을 광합성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산소와 모든 음식의 시작이다.
그런데 모든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식물이 항상 광합성을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식물은 다른 식물의 체관에 빨대를 꽂고 영양분을 훔쳐 먹고 살아가는데 그런 기생식물이 4,500종이 넘는다고 한다.
진딧물이나 기생식물이 훔쳐 먹는 식물의 체관에 있는 영양분은 무엇일까? 대부분 설탕(sucrose)이다. 엽록소에서 포도당이 만들어지면 그 일부를 과당으로 전환시키고 그것을 다시 포도당과 결합시켜 설탕을 만든다. 그리고 체관을 통해 식물의 다른 부위로 전달된다. 식물의 뿌리, 줄기, 열매 등 다른 모든 부위는 그렇게 공급받는 설탕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설탕을 다시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하여 필요한 다른 유기물을 만들거나 에너지원으로 소비하거나 전분 등의 형태로 비축한다. 그중에 사탕수수나 사탕무는 설탕 그대로 다량 보관하여 우리가 설탕의 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결국 햇빛, 물, 바람(이산화탄소)은 식물의 잎에 있는 엽록소만 먹는 것이고, 식물의 나머지 모든 부위는 설탕에 의지해 살아가는 것이고, 밤이 되어 햇빛이 사라지면 식물도 동물처럼 산소를 이용해 설탕을 태워가며 살아가는 생명체가 되는 것이다. 단지 동물은 대량의 에너지원을 소비하고, 식물은 아주 소량의 에너지원만 사용하여 소비량보다 생산량이 많을 뿐이다.
모든 음식의 기원을 추적하면 결국 설탕과 만나게 된다. 설탕 덕분에 식물이 존재 할 수 있고, 식물 덕분에 초식동물이 존재할 수 있고, 초식동물 덕분에 육식이나 잡식동물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