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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30년’ 일본 임금, 겨우 4.4% 올라… 한국이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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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30년’ 일본 임금, 겨우 4.4% 올라… 한국이 추월

입력
2021.10.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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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 지적... 장기간 GDP, 임금 정체
아베노믹스는 주식시장만 살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 2020년 국가별 평균 임금. 주요7개국(G7) 및 한국만 별도 색상으로 표시했다. 단위는 미국 달러. 한국은 4만2,000달러로 3만8,500달러에 그친 일본을 앞섰다. OECD 홈페이지 캡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 2020년 국가별 평균 임금. 주요7개국(G7) 및 한국만 별도 색상으로 표시했다. 단위는 미국 달러. 한국은 4만2,000달러로 3만8,500달러에 그친 일본을 앞섰다. OECD 홈페이지 캡처


이달 말 실시되는 일본 총선(중의원 선거)에서 임금 인상 등 ‘분배’가 경제 공약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가운데, 일본의 임금이 ‘잃어버린 30년’ 동안 4.4% 오르는 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실질 임금이 거의 2배로 상승한 한국에 추월당하면서 일본은 경제성장률과 임금 모두에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의 국가별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일본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경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1990년과 비교하면 30년 동안 미국은 3.5배, 중국은 37배가 됐지만 일본은 1.5배 성장에 머물렀다. 1인당 GDP는 2019년 기준 주요7개국(G7) 중 6번째로 낮다.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일본의 구매력 평가 기준 평균 임금은 3만8,514달러로, 30년간 4.4% 증가해 거의 변화가 없었다. 35개 회원국 중 22위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은 47.7%, 영국은 44.2% 증가했다. 한국은 같은 기간 임금이 1.9배로 급상승해, 액수 기준으로도 2015년에 일본을 추월했다.

아사히신문은 2012년 말 출범한 아베 신조 2차 내각이 △대규모 금융완화 △재정 지출 △투자를 촉진하는 성장전략 등 3개의 화살을 내세운 ‘아베노믹스’로 이런 상황을 타파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닛케이지수(닛케이평균주가)가 1만 엔에서 3만 엔까지 오르며 주식시장은 회복했지만, GDP나 임금은 정체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일차적 이유로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 점을 꼽았다. 한때 ‘도요타 생산방식’ 등 일본 기업의 생산성 향상 기법이 세계 제조업을 선도했지만, 과거 20년간 일본 기업의 생산성은 개선되지 않았다. 일본생산성본부에 따르면 2000년 세계 1위였던 일본 제조업의 생산성은 계속 내려앉아 2018년 16위까지 추락했다. 특히 일본 기업 수의 99%, 종업원 수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종업원 1인당 노동생산성은 2003년 이후 거의 그대로였다.

비정규직 증가도 임금 인상을 가로막는 이유로 꼽혔다. 1990년 고용의 20% 정도가 비정규직이었지만 지금은 40% 가까이 증가해 평균임금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임금 인상 요구가 어려운 분위기도 한몫한다. 노조 조직률이 낮아지고 힘이 약화한 데다 개인이 임금 인상을 주장하면 “공기(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탐욕스러운 자”로 보이기 십상이란 것이다.

아사히는 “총선에서 임금이나 소득을 어떻게 올릴지가 쟁점이 됐지만 30년 동안이나 경직된 일본의 임금을 올리긴 쉽지 않다”며 “생산성 향상, 노사관계 재검토 등 여러 방법을 조합하지 않으면 세계와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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