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옹호 논란' 사과 없는 해명?
"대선주자 발언 무게 큰데 겸손해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또다시 '위험한 직진'을 택했다. 전두환 정권 옹호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으나, 하루가 지난 20일까지 의례적 사과도 하지 않았다. "국가 지도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내 역사인식엔 문제가 없다"는 해명을 반복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의 발언은 대선주자로서 '자책골'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①역사에 대한 기울어진 인식과 ②설익은 통치관을 드러낸 데다 ③반복되는 '남 탓 대응'으로 대통령 자질에 대한 의구심을 스스로 키웠다.
①역사인식 부족 지적에 '빗나간 해명'
윤 전 총장은 19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유혈 진압)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한 최악의 정권을 두둔했다. 전두환 정권이 롤모델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전 총장은 "내가 말만 하면 앞뒤를 다 떼고 (비판만 한다)"고 억울해했으나, 하루 만에 수습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20일 "전 전 대통령이 독재를 했고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대학생 때 나는 모의재판에서 전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했다.
전두환 정권의 과오를 모르지 않는다는 뜻이었지만, "정치는 잘했다"는 실언을 만회하기엔 부족한 해명이었다. 군사 반란 및 내란 목적 살인죄 등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독재자를 호평한 것은 어떤 맥락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 전두환이란 인물을 쿠데타, 광주시민 학살과 분리해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윤 전 총장은 5·18 희생자와 유족 등에게 사과하지도 않았다. '광주를 찾아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전 총장은 "제가 호남인들을 화를 내게 하려고 한 이야기도 아니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저녁 국민의힘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선 "5·18 피해자분들께서 아직도 트라우마를 갖고 계시므로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면 광주에 달려가 따뜻하게 위로하고 보듬겠다"고 했다.
②독재라 가능한 시스템이 좋은 통치?
윤 전 총장은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민생을 챙기려면, 국가 지도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며 '전두환식 통치'에 대한 긍정 평가를 거둬들이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이 김재익(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씨를 가리켜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한 게 굉장히 유명한 말"이라며 "그걸로 상징되는 위임의 정치를 하는 것이 국민을 편안히 모시는 정권"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정치·정책 경험이 없는 스스로의 약점을 보완할 대안으로 '시스템 통치'를 강조한 맥락이지만, 위험한 통치관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양당제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식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이 권한을 대폭 내려놓는 시스템 통치'가 가능한지부터 논란이다. 정치·정책을 잘 모르는 대통령이 전문가를 감식해 인선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더구나 전두환 정권은 살생·공포 통치의 상징이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전두환 정권은 충성을 바친 사람들에게 권한을 나눠줬다"며 "민주적인 리더가 개개인의 능력을 보고 자리를 배분하는 현재의 통치 시스템과 다르다"고 말했다.
③반복되는 남 탓… 정치인으로서 부적절
윤 전 총장은 사과에 인색하다.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언론과 정치권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낸다. '주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당 해체' 등 실언이 논란을 빚을 때마다 책임을 외부로 돌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국민 앞에 몸을 낮추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금태섭 전 의원은 "전두환 정권에서 발생한 일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상처로 남아있는 만큼 윤 전 총장이 사과해야 한다"며 "대선후보는 한없이 겸손해야 하고, 공감하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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