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부품 총조립…한화에어로, 엔진 제작
11년간 민간 기업 기술력 집약해
임무 미완으로 끝났지만 '뉴 스페이스' 시대 기대도
21일 첫 발사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에는 정부와 대기업의 땀만 녹아 있는 게 아니다. 11년 7개월간 국내 300여 기업, 500여 명이 독자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쏟아부었다.
비록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올리는 최종 임무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대한민국이 세계 7번째 독자 우주발사체 보유국에 근접하면서 누리호에 힘을 보탠 중소기업들도 '뉴 스페이스' 시대에 자신감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 개발에는 2014년 합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중심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중공업, 두원중공업 등 대기업과 우주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이 대거 참여했다. 약 2조 원에 달하는 누리호 전체 사업비 중 민간기업에 돌아간 금액이 80%인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민간 기업 집행액이 1,775억 원에 그쳤던 나로호 개발 때와 비교하면 10배에 가까운 액수다.
누리호 추진기관 및 엔진은 총조립을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스페이스솔루션, 비츠로넥스텍, 에스엔에이치, 네오스펙 등이 머리를 맞댔다. 스페이스솔루션은 연료 및 산화제 공급을 차단하는 밸브 및 발사체 3단 자세제어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다. 2015년부터 연구 인력의 30%가 투입되는 등 핵심 인력들이 부품 개발에 전력을 쏟았다. 스페이스솔루션 관계자는 "특수 소재나 생소한 항공 규격들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라 조사, 시험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하지만 기술적 어려움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풀어갔다"고 설명했다.
핵심 기술인 지상제어시스템과 시험장치 설계 등에는 유콘시스템, 카프마이크로, 우레아텍 등 5개 중소기업이 힘을 보탰다. 유콘시스템은 2014년 지상제어시스템 예비 설계를 담당했고, 이듬해 발사체 지상제어시스템 전체를 제작·설계했다. 이외에 발사대 및 시험설비 구축과 열제어·화재안전은 한양이엔지, 연소 시험은 현대로템이 주도했다.
이런 이유로 누리호를 발판으로 중소기업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기업이 자본력에 기반해 체계조립 등 굵직한 영역에 집중한다면 중소기업은 관련 부품을 공급하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취약한 자본력으로 장기간 노력한 만큼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부품 자체 판매 권한이나 기술 사용 권한 등이 확대돼야 향후에도 연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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