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여성 고용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금 때문에 기존 직원들을 해고하는 경우가 여럿 발견됐다. 예상된 부작용인데 여성가족부가 지원금을 받는 업체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뒤늦게 밝혀졌다.
2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7~2020년 여가부 '새일센터'를 통해 인턴채용지원금을 받은 기업 1만2,365개 중 1,102개 사업장이 '감원 방지' 의무를 어긴 것으로 의심된다.
새일센터 사업은 육아, 가사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게 인턴십 등 취업 기회를 제공하자는 사업이다. 새일센터를 통해 경단녀를 인턴 형식으로 고용할 경우 기업에 지원금(3개월X80만 원)이 지급된다. 당연히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지원금을 받아 경단녀를 채용하고, 대신 기존 인력을 해고할 위험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새일센터 지원금을 받으려면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근로자를 인위적 방식으로 정리해고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아 뒀다. 이 '감원 방지 기간'은 2017년부터는 '지원금 지급 체결 이전 3개월 동안', 2020년부터는 '체결 이전 1개월 동안'으로 설정했다.
그런데 지난 4년간 지원금을 탄 1,102개 사업장에서 감원 방지 기간 중 퇴사한 근로자가 발생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이들의 퇴직 사유가 '경영상 필요에 의한 인원 감축' 등 인위적 감원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업체에 지급된 정부 지원금은 24억6,832만 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여가부의 검증 절차가 형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인위적 감원 여부를 서면으로만 확인하다 보니 업체에서 "감원이 없었다"라고 써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 강릉새일센터를 통해 경단녀를 인턴으로 채용한 한 회사의 경우 기존 직원을 권고사직시킨 상태였지만 여가부 확인서에는 "인위적 감원 사실이 없다"고 적어 냈다. 이 회사엔 인턴채용지원금 240만 원이 지급됐다.
감사원은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 신고 내역 등을 조회하면 감원 여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확인서에만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여가부는 감사 결과를 받아들고서야 부랴부랴 후속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가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협조를 얻어 고용보험정보를 직접 확인, 올해 안에 위반 사업장에 대한 지원금 반환, 제재부가금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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